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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판 ‘어른들의 축’

입력
2019.01.06 18:00
수정
2019.01.08 16: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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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군 장성 출신으로 내각이나 백악관에 입성한 인사들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이라고 불렀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마저 외면하는 트럼프의 무모한 리더십을 견제할 수 있는 중량급 인물이란 뜻에서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등 4명이 어깨에 단 별을 합치면 15개에 달했다. 이 축이 새해 초 완전히 깨졌다. 트럼프와의 불화로 켈리 실장과 매티스 장관마저 사퇴한 까닭이다.

▦ 전쟁의 참상을 잘 알기에 군사적 옵션보다 외교적 접근을 중시했던 어른들이 퇴진하자 세계는 트럼프의 예측불가 리더십이 불러올 혼란을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진작에 트럼프 탄핵카드를 꺼냈던 뉴욕타임스는 최근 간판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을 동원해 “트럼프의 남은 임기가 최대 국가위협”이라며 궐기문에 가까운 글을 실었다. ”2년 내내 거짓말하고 참모들을 물티슈 버리듯 자르며, 10대 애들처럼 트위터에 중독되고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는 CEO를 이사회가 방치하면 그 기업이 살아남겠느냐”는 논리다.

▦ 트럼프 탄핵 논란은 문재인 정부에게 양날의 칼이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 성과를 내려고 일을 서두를 수도 있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미국 주류사회와 타협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남북문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40% 중반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을 회복할 모멘텀을 찾기 힘든다. 그렇다면 트럼프와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문 대통령은 자신과 여당 주변 중진들로 ‘어른들의 축’을 구축해 그들의 지혜와 경륜을 국정동력으로 삼으라는 제안이다.

▦ 축의 좌장엔 얼마 전 청와대로 달려가 손학규 대표의 단식 중단을 끌어낸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격이다. 그는 신년하례 때 “올해가 황금돼지해라는데, 검은 돼지든 흰 돼지든 무게만 많이 나가면 된다”며 ‘흑돈백돈론(黑豚白豚論)’을 주장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차용해 실사구시를 강조한 것이다. 또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ㆍ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이라는 동의보감 글귀를 인용했다. 성과와 소통이 화두가 돼야한다는 뜻이다. ‘어른들’은 문 의장이 모으면 된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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