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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36년 영국 기자, 세월호 등 통해 한국인을 꿰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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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36년 영국 기자, 세월호 등 통해 한국인을 꿰뚫다

입력
2019.01.04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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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국인

마이클 브린 지음ㆍ장영재 옮김

실레북스 발행ㆍ528쪽ㆍ1만9,500원

요즘 예능 프로그램은 외국인이 대세다.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와 tvN ‘서울메이트’는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주인공인데 시즌2를 방영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에서는 외국인이 한국 연예인을 상대로 퀴즈 대결을 펼친다. 외신기자들이 모여 한국 정세에 대해 전문적이고 밀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tvN ‘외계통신’도 있다. 그들을 통해 나열되는 한국과 한국인은 꽤나 흥미롭다. 날카로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존경에 마지않는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내놓은 달고 쓴 평가들은 늘 ‘우리’를 긴장시킨다.

우리에게 스스로를 더 돌아보라며 대놓고 채찍질을 하는 책이 나왔다. 36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영국 기자 마이클 브린이 쓴 ‘한국, 한국인’이다. 브린은 딱 20년 전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논하며 한국과 한국인의 성향을 풀어냈다. 이번 책은 그 전보다 좀더 농담이 짙다. 격동의 변환기였던 1980년대 한국땅을 밟은 그가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시간 동안 우리를 지켜봤으니 얼마나 예리하겠는가. 20년 전 책에는 사회와 경제, 정치적인 면에서 한국을 짚었다면, 이번에는 ‘한국인’에 집중해 우리를 꿰뚫었다.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명제를 책의 첫 장으로 목록에 올린 것만 봐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일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저자의 넘치는 자신감은 근거가 있다.

책은 ‘한국인은 누구인가’를 논하는 첫 번째 키워드로 ‘세월호의 비극’을 훑었다. 한국인이라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논제라는 건 우리 스스로 잘 안다. 기자 출신인 그의 필체가 써 내려간 4년 전 세월호 참사의 잔상은 촌철살인이다. 저자는 ‘독특한 한국적 위계 문화와 특징 때문에 아무도 책임을 질 줄 몰랐다’거나 ‘사고의 표면을 걷어내자 불법 과적, 선박 소유주의 가족 횡령, 규제 당국의 태만 등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부패와 무능력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고 일갈한다. 이런 시선으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찰하고 진단한다.

책을 읽다 보면 뜨끔해진다. 왠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은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물론 우리를 두고 ‘한국인은 창조적이며 멋지고 섹시한 사람들’ ‘세계는 이미 한국을 선진국으로 간주하며 (중략) 기적을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집단을 위한 희생에 가치를 두는 관념의 뿌리가 깊다거나, 비관적 성향 때문에 자신의 세계 무대 진출을 늦게까지 깨닫지 못하는 민족이라고 언급한 부분들에 더 신경이 쓰인다.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자책한다’던 그의 분석이 너무 잘 들어맞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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