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해외 석학 칼럼] 미국 먼저, 시리아는 뒷전에

입력
2019.01.07 04:40
29면
0 0

시리아의 극심한 갈등만큼 복잡한 중동 갈등이 없었다. 이 전투에는 서구 가치에 반대하는 정부와 수니파 극단주의 반란군이 참여하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반란군은 한 때 시리아와 이라크 사이 국경 지역을 점령했으며, 바그다드 입구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이 전쟁에 걸린 것이 너무 많아 다양한 국가들-러시아, 터키, 이란 및 헤즈볼라를 포함해-이 관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리아에서는 사실 수많은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이슬람 국가(ISIS)에 대한 전쟁으로서 미국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에 반해 아사드가(家) 승계 전쟁은 덜 알려져 있다. 아사드가는 거의 50년 동안 세속 왕조로 시리아를 통치했다. 세 번째 전쟁에는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이 참전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미국과 손을 잡고 ISIS와 싸웠지만, 이들의 노력은 터키 지도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시리아 쿠르드족의 야심 때문에 터키 내 쿠르드족도 대담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렇게 여러 측면을 안고 있는 갈등에 뉘앙스나 디테일을 불편해하는 미국 대통령이 추가되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국제적인 사고방식도 없고, 미국의 힘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한다. 시리아에서 미국의 유일한 관심사는 ISIS 퇴치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용서받을 수 있을지언정,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한 그의 최근 결정-그는 잘못된 승리 선언으로 이 결정을 정당화했다-은 용납할 수 없다.

트럼프의 결정으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대담해질 전망이다. 그의 통치는 시리아에게 재앙이었다. 아사드는 빠른 도시화 및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은 시골 수니파의 과격화, 바그다드에서 시아파 정치 권력이 강화되는 사이 이라크에서의 급진적인 수니파 양성 및 중동 지역에서 쿠르드족 국수주의 정서 확산 등을 포함하는 복잡한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이 지속적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아사드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지 알았다. 러시아, 이란 및 지역 시아파를 끌어들임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류를 바꿔 놓았다. 그 결과 그의 정부는 지도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데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생명을 연장 받았다. 하지만 아사드는 프랑스 부르봉 왕가처럼 18년 동안 집권하면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아무것도 잊지 못한 듯하다. 효과적인 시리아 통치에 필요한 분산 연방제 구조를 도입함으로써 자신의 승리를 강화할 가능성도 없다.

미국의 시리아 정책-트럼프가 반대 운동을 했으며, 현재는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은 오랜 기간 두 개의 기둥을 기반으로 했다: 이라크의 안정성과 ISIS의 패배가 그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그리고 트럼프 취임 후 잠깐 동안 미군은 ISIS를 굴복시키고자 지역 병사들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과는 반대로 ISIS는 패배하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시행 가능한 제도가 부재하고, 안정적인 정치적 협의가 없는 시리아에서 ISIS는 다른 형태로 돌아올 것이다.

트럼프는 분명 일방적으로 행동했다. 하지만 수많은 골치 아픈 질문을 명료하게 파악하기 위해 해외 정책팀에 조언을 구했어야 했다. 미국은 시리아에서 어떤 최종 목표를 추구해야 할까? 러시아, 이란 및 터키(이들은 시리아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아사드가 퇴임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어떤 정치적 해결책이 가능할까? 제대로 작동하는 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선거가 가능할까 아니면 바람직할까?

하지만 이런 간단한 질문-물론 쉬운 해답은 없다-도 트럼프의 능력과 경험치 밖이었다. 트럼프는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을 하는 대신 승리를 선언하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과 아프가니스탄 및 다른 곳에서의 미군 철수는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세계에 대한 미국의 참여는 목적을 달성했다는 성급한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하지만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는 대부분의 사례보다 더욱 두드러진다. 더불어 더욱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그 이유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역사의 교훈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능력도 안 되는 미국 대통령이 내린 명령이기 때문이다. 사실이 지식은 아니고, 지식이 지혜는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세계관에는 역사가 교훈을 줄 수 있고,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또한 시리아, 러시아, 이란 등 세계에서 가장 긴급한 여러 안보 문제들 간에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도 못 한다.

전형적으로 미국의 해외 정책은 미국 대통령의 강인함뿐만 아니라 대중이 보지 못하는 주와 국가의 보안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이용하는 책임감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부재한다. 모두가 인식하게 된 그의 허세와 실수는 그의 사려와 전략적 수준의 최대치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대학장ㆍ전 국무부 차관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