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큐비즘’전
파블로 피카소의 1912년작인 ‘남자의 두상’. SACK 제공

퍼즐을 맞추듯 그림을 살피게 된다. 화면은 기하학적인 선과 도형으로 잘게 구분됐다. 면면의 색과 명암은 모두 다르다. 어렴풋하게 형태가 나타나지만 추상에 가깝다.

풍경과 인물을 묘사했던 전통 회화에서 탈피해 회화에 기하학의 개념을 도입한 입체주의 주요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피카소와 큐비즘’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 조르주 브라크(1882~1963), 페르낭 레제(1881~1955) 등 입체파 작가 20여명의 90여점으로 구성된 대규모 입체주의 전시다.

전시는 입체주의의 탄생부터 추상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였던 폴 세잔(1839~1906)의 ‘햇살을 마주 본 레스타크의 아침’과 ‘물가의 저택’에 그려진 입방체 형태의 작은 집들에서 입체주의의 탄생을 읽을 수 있다. 세잔은 ‘모든 자연현상은 원ㆍ원통ㆍ원뿔로 표현된다’며 형태를 주장해 이후 입체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입체파의 선구자인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복합적인 화면 분할과 조합이 이뤄진다. 나란히 배치된 피카소의 ‘남자의 두상’과 브라크의 ‘여인의 두상’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기하학적인 선과 밝은 갈색으로 명암을 표현한 점 등이 닮았다.

페르낭 레제의 1920년 작품인 ‘파이프를 든 남자’.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전시의 정점은 후기 입체파 작가 페르낭 레제와 로베르(1885~1941)ㆍ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작품이다. 이들은 화면 구성에 황금 분할법을 응용했고, 강렬한 색을 사용해 입체파 이후 추상화의 발판을 만들었다. 높이 5m가 넘는 들로네의 튈르리 살롱 장식 초대형 작품은 파리시립미술관이 80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로 반출했다. 당대 회화 작품으로는 드문 압도적 크기와 화려하고 율동적 색채 구성이 특징이다.

로베르 들로네의 ‘리듬 넘버1’.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새로운 형태를 실험적으로 탐구했던 입체파 화가들은 1ㆍ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이후 실제 세계에서 벗어난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추상화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서순주 서울센터뮤지엄 전시총감독은 “전통적 관념과 틀에서 해방된 새로운 조형 언어를 만들어낸 입체주의는 르네상스 이래 서양미술사의 가장 획기적인 미술사조”라며 “현대 추상 미술의 배경이 된 입체주의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31일까지.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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