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리노이주 밥 챌런드
“어린 시절, 자전거가 가장 행복” 소외계층 아이들에 자전거 선물

빈곤층 어린이를 위해 ‘자전거 수리ㆍ기증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는 미국 밥 챌런드(오른쪽). 정성을 다해 고친 ‘새 자전거’를 탄 다섯 살 소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wbur(미 공영라디오 NPR의 보스턴 지국) 홈페이지 캡처

“제 뇌 상태는 끊임없이 나빠질 거고, 어느 시점이 되면 죽겠죠. 그러나 전 아직 살아 있어요.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밥 챌런드(45). 나이트클럽 경비원으로 일하던 2015년, 행패를 부리는 취객들과 시비가 붙었다가 두 차례나 심하게 머리를 구타당한 적이 있다. 이 때문인지, 이듬해 뇌 뒷부분에 낭종, 전두엽엔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기억상실과 심한 두통이 뒤따랐다. “70세 노인의 뇌 상태”라고 했던 주치의는 몇 개월 후 챌런드의 뇌 연령을 ‘90세’로 올리면서 “악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에 직면한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상의 시한부 판정이었다.

새해를 앞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생의 마지막 나날을 뜻 깊게 불태우는 챌런드의 감동 사연을 소개했다. 죽음에 직면했는데도, 낡은 자전거를 ‘새 것’으로 탈바꿈시켜 가난한 이웃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걸 버킷리스트(Bucket listㆍ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삼아 실천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해가 바뀌어도 곳곳에서 범죄와 탐욕이 여전하겠지만, 삶을 소중히 여기는 보통사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지구촌은 여전히 행복한 보금자리라는 편집이다.

신문에 따르면 시한부 판정 직후 챌런드가 고려했던 건 ‘존엄사’였다. 아무에게도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17년 봄, 소외계층 거주지역의 한 학교 상담사로부터 “기증해 줄 수 있는 자전거들이 있느냐”는 우연한 이메일을 받고 마음을 바꿨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며 보냈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그는 ‘가난한 아이들한테 자전거를 선물하는 데 나에게 남겨진 시간을 바치자’고 결심했다.

이후 지금까지 정성된 수리를 거쳐 스프링필드와 인근 지역 아동들에게 전달된 자전거는 약 1,000대. 여기에 들어간 비용도 1만달러(1,116만원)가 넘는다. 지역 당국, 경찰과의 협조를 거쳐 이제는 자전거 안전교육도 하고 있다. 비영리재단 ‘페달 스루 유스(Pedal Thru Youth)’도 설립했는데, 지난해 여름에는 시한부 삶까지 보듬어 줄 반려자까지 만났다. 이혼 후 홀로 딸(23)을 키운 챌런드는 자전거를 기부한 조앤(41)을 만나 새로운 가정도 꾸렸다. 그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미소를 보는 건 놀라운 느낌”이라며 “아이들은 (이 사회의) 누군가가 자신을 신경 써 준다는 걸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선 ‘자전거 아저씨 밥’이라는 명예로운 별명도 얻었다.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의 되갚음을 낳았다. 챌런드가 새로 시작한 ‘백팩 프로그램(홈리스에게 필수품을 담은 배낭을 제공하는 것)’에 과거 자전거 수십 대를 선물 받은 인근 볼랜드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성탄절 모자와 장갑 등이 담긴 배낭 100개를 보내 왔다. 이 학교 리사 버코우스키 교장은 “풍족한 학생들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답’을 하는 건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챌런드도 WP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자전거를 수리하면서 내심 희망했던 일이 일어났다”고 기쁨을 표했다. 그는 “여전히 의사는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살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건강에 집착하기보단 인생의 ‘좋은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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