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기업 협력 5년 5,000만원 목돈 마련
‘결혼과 근속’요건 충족하면 근로자 손안에
내년부터 청년 농업인으로 대상 확대
충북 음성의 한 고무 제조업체에 다니는 최모(37)씨는 요즘 적금통장만 보면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그가 매월 30만원을 넣으면 곧 바로 회사에서 20만원, 음성군에서 30만원을 적립해주기 때문이다. 최씨가 지난 6월 회사측의 권유로 가입한 이 상품은 ‘충북 행복결혼공제’ 적금이다.
충북도가 올해 첫 시행에 들어간 행복결혼공제 사업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결혼을 장려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됐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중소기업의 이직·인력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다.
이 사업은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 근로자에게 결혼 자금을 마련해주는 것이 골자다. 미혼 근로자가 5년 동안 매달 30만원을 적립하면 지자체가 30만원(도, 시군 각 15만원), 해당 기업이 20만원을 함께 적립한다. 5년 만기가 되면 근로자는 원금 4,800만원에 이자를 포함, 약 5,000만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근로자 본인이 납부한 금액(1,800만원)의 3배 가까이를 받는 셈이다. 다만 이 기간 중 결혼과 근속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만약 2년 이상 공제금을 성실 납부한 근로자가 결혼할 때에는 우대금리를 적용한 특별 신용대출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 최씨는 “근로자에겐 엄청나게 남는 장사”라며 “행복결혼공제 가입 이후 결혼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체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도에서 갖가지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으로 실제 기업부담금은 법인기업은 최대 월 5만 9,000원, 개인기업은 최대 1만 1,000원까지 낮아진다.
34세, 38세 직원 2명을 이 공제에 가입시킨 권재수 이든푸드(보은군 내북면) 상무는 “직원의 잦은 이직은 중소기업들의 큰 고민”이라며 “이번 공제 가입으로 일 잘하는 두 직원의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그는 “혼기를 놓친 두 사람이 어서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면서 회사의 기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노사 모두의 호응으로 이 사업은 올해 목표인 근로자 400명(300개 기업) 가입을 9월 초에 이미 달성했다. 애초 이 사업은 경기침체에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업계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추진돼 기업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충북도와 각 시군의 맨투맨식 기업체 홍보와 설득으로 주위의 우려를 씻고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도는 작은 기업 근로자까지 골고루 혜택을 준다는 취지로 당초 사업 참여자를 기업당 1명으로 잡았지만, 시군을 통해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희망자가 쇄도해 일부 기업은 참여자가 최대 5명까지 늘었다. 이런 성과로 이 사업은 지난달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지방자치단체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내년부터 이 사업은 미혼 농민들에게도 확대된다. 충북도는 우선 내년에 청년 농업인 100명을 가입 대상자에 포함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김두환 도 청년정책담당관은 “행복결혼공제 사업이 시행된 이후 타 시도에 주소를 둔 미혼 근로자가 충북으로 전입한 사례도 여럿 있다”며 “이 사업이 청년층의 결혼기피와 저출산 문제, 중소기업 인력난 등을 해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시행안을 더 다듬고 참여 기업체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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