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에 대한 모든 것]
풍요ㆍ다산 상징… 2007년 “황금돼지해” 소문에 출산 늘어
역술로 본 2019년생들, 남녀 불문 건강하게 잘 살 운세

사흘 뒤면 기해(己亥)년 새해가 밝는다. 무려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란다. 혹자는 600년 만이라고도 한다. 2007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돼지에 황금이 붙었으니 이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것이다. 2006년 45만1,700여명이던 출생아 수가 2007년 49만6,800여명으로 크게 늘었던 것도 황금돼지에 대한 기대와 무관치 않다. 아이들이 좋은 기운을 받는다는 백호랑이해(2010년)와 흑룡해(2012년)에도 각각 47만100여명, 48만4,500여명으로 출생아 수가 많았지만 2007년만큼은 아니었다.

2007년은 진짜 60년 만에 온 황금돼지의 해였을까? 그렇다면 2019년은? 꼬리에 꼬리를 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이제 알아보려 한다.

1970년대 동네 이발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던 그림. 많은 새끼를 낳은 어미돼지가 젖을 먹이는 장면인데, 새끼가 불어나는 것처럼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의미였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황금돼지띠, 실체는 있나

숫자로 연도를 매기는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한자문화권에서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결합한 간지력(干支曆)을 써왔다. 하늘을 뜻하는 천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ㆍ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10개와 땅을 뜻하는 지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ㆍ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12개를 차례로 돌려가며 맞춘 것이다. 갑자년, 을축년, 병인년 식인데 마지막 계해년까지 60년이 걸린다. 자신이 태어난 60갑자가 다시 돌아왔다는 의미로 61세 생일을 회갑(回甲), 환갑(還甲)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글자인 천간은 오행을 뜻하는데, 갑을은 목(색깔로는 청ㆍ靑), 병정은 화(적ㆍ赤), 무기는 토(황ㆍ黃), 경신은 금(백ㆍ白), 임계는 수(흑ㆍ黑)를 나타낸다. 2019년 기해(己亥)년은 노란색 돼지의 해이니 황금돼지띠가 맞다.

장장식 국립민속박물관 연구관은 “17세기 문신 홍여하와 유근의 시문을 보면 ‘황저(黃豬)년에 기록하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기해년, 1659년을 황색 돼지의 해로 본 것”이라면서 “색깔과 띠를 연결시키는 건 오래된 관념”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은 황금돼지의 해가 아니었나

2007년은 간지력으로 정해(丁亥)년이었다. 붉은색 돼지의 해였던 셈이다. 붉은 돼지가 황금돼지가 된 데는 중국의 영향이 컸다. 중국에서 사주를 보는데 쓰는 납음오행(納音五行) 학설에서는 정해를 ‘옥상토(屋上土)’로 보는데, 토가 노란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황금돼지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빨간색이 부의 상징이어서 정해년을 황금돼지해로 봤다는 해석도 있다.

황금돼지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2007년 정해년을 마케팅에 이용했던 사례가 있다. 장장식 연구관은 “2007년 부산의 한 백화점이 개업할 때 붉은돼지해에 부모님께 붉은 내의를 선물하면 장수한다는 의미로 마케팅을 해서 붉은 내의가 절판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불교 사찰 내 약사전 십이지신 탱화 등에 등장하는 해신(亥神ㆍ돼지 신)은 가난해 의복이 없는 이에게 옷을 전하는 착한 신이라고 한다. 돼지는 음양오행의 물에 해당해 화재를 막는다는 의미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600년 만의 황금돼지띠’ 진실은

인터넷에서는 2019년이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라는 말이 돌고 있다. 2007년에도 비슷한 말이 퍼졌지만 모두 거짓이었고, 2019년 기해년이 진짜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명백한 허위”라고 했다.

600년을 운운하는 사람들은 주역의 음양(陰陽)과 오행(五行), 그러니까 10을 60갑자에 곱해 600년 만에 돌아오는 특별한 기해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역을 전공한 유흔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틀렸다는 판단은 못 하겠지만 이제까지 공부한 문헌 중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야기”라면서 “우주관과 세계관을 다루는 주역에 이것저것 갖다 붙이다 보니 이런 말까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00년 만의 황금돼지띠가 실제로 큰 복을 줬다면 조선의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600년 전 기해년(1419년)에 태어난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은 총명해 특히 아버지의 신임을 받았으나 두 살 위인 수양대군(훗날 세조)에 밀려 초가를 짓고 은신하다 사망했다.

◇2019년생 아이들의 운세는 정말 좋을까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 중앙회장은 “큰 나무가 숨어 있다가 툭 튀어나와서 2019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격”이라고 풀이했다. 백 회장은 “속설이기는 하지만 ‘기해년에 태어난 남성은 과학자, 의사, 연구원이 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은 관직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남녀를 불문하고 건강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태어난 월, 일, 시가 다 다른데 2019년생이라고 다 잘 살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백 회장은 “운명의 60%는 띠가 결정하고 나머지 40%는 월, 일, 시 등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답했다. 대체적으로 잘 산다는 것이다.

운세를 떠나 태어난 해가 좋다는 이야기 만으로도 긍정적인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장장식 연구관은 “‘내가 황금돼지띠이니 사업이 잘 될 거야’ 같은 암시가 삶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해도 선조들이 남긴 심리적, 문화적 장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홍성민 경기대 동양문화학과 교수는 “2019년 태어나는 아이들은 긍정적인 자기 암시가 있으니 사회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며 “황금돼지띠에 대한 희망이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김유신(金庾信ㆍ595~673) 장군 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십이지신상 중 하나인 돼지신 호석(護石ㆍ무덤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덤을 둘러싼 돌)을 탁본한 그림. 돼지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 저승사자에게 ‘영혼을 좋은 곳으로 데려가 달라’는 의미로 바치는 ‘뇌물’이기도 하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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