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심사평] 

올해 번역 부문 심사는 수월하게 합의에 도달했다. 번역자의 역량과 번역서의 의의 양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카를 마르크스’를 수상작으로 지목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번역자의 역량으로는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노승영 번역가가, 번역서의 시의성으로는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가 호평받았다. 하지만 마르크스 평전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한 저작을, 마르크스 생애와 사상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완역해 낸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노고는 특별한 상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홍 소장은 일찍부터 주류 경제학의 협소함에 반대해 경제학(이코노미)의 어원적 의미('집안 살림'을 뜻하는 '오이코노미아')에 충실한 새로운 경제학을 탐색해 왔다. ‘거대한 전환’ 등 칼 폴라니의 대표 저작들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동시에 ‘살림살이 경제학’의 구상을 담은 저작도 펴냈다. 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번역 작업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 부은 그의 노고 덕분에 일반 독자도 경제의 근본 문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심화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카를 마르크스’ 번역도 그 연장선상에서 의의를 가늠할 수 있다.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의 ‘카를 마르크스’는 이제까지 나온 마르크스 평전 가운데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마르크스와 그의 시대를 면밀하게 재구성함으로써 마르크스에 대한 섣부른 우상화, 조야한 비판에 맞설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준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이 갖는 의의의 재평가가 가능해진다. 역자는 서문에서 그 의의를 ‘프로메테우스 마르크스’에서 ‘시시포스 마르크스’로의 전환으로 집약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제우스의 불을 훔쳐다 준 은인이자 해방자다. 반면 시시포스는 제우스의 분노를 사서 무거운 바위를 산정까지 밀어 올리는 천형을 받았으나 거기에 굴하지 않는 의지의 화신이다. 그러한 시시포스의 형상은 비단 마르크스뿐 아니라 번역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무리 많은 문장을 옮겼더라도 다시금 새 문장 앞에 직면하는 존재가 번역자이기 때문이다. 이 방대한 책을 우리말로 옮긴 홍 소장의 번역상 수상을 축하하며 더불어 우리 시대 번역자들께도 경의를 표한다.

이현우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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