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장규모 30만대팬 달린 오븐과 비슷한 원리열풍이 순환하며 고르게 익혀
필립스의 트윈터보스타 에어프라이어. 필립스 제공

에어프라이어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1년 네덜란드 가전업체 필립스가 국내에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40만원에 달하는 가격과 활용도 한계로 인해 대중화하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일반 가정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키우고 가격을 10만원 미만으로 내린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에 내놓으면서부터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프라이어 시장은 2016년 대비 10배 가까이 커졌고 올해는 10월 기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만대 규모였던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은 올해 3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에어프라이어의 인기가 치솟는 것은 최근 들어 식용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트렌드와 같은 맥락에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름 사용과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조리 방식이 주목받는 것이다. 최근에는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SNS를 통해 퍼지고 에어프라이어 전용 간편식 제품이 속속 출시되면서 수요가 더욱 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의 원리, 대류식 오븐과 같아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튀김기’로 알려져 있지만 튀김기라기보단 오븐에 가깝다. 오븐 가운데서도 선풍기처럼 팬이 달린 대류식 오븐은 에어프라이어의 친척이다. 밀폐된 기기 내의 뜨거운 열로 음식을 데우거나 익힌다는 점에선 두 기기의 작동 원리가 같다. 전통적인 방식의 오븐은 뜨거운 열원에서 나오는 복사열과 대류를 통한 열에너지의 이동으로 음식을 조리하는데, 여기에 팬을 달아 기기 내의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게 대류식 오븐이다.

복사는 열에너지를 매개체 없이 직접 이동시키는 것이고, 대류는 기체나 액체 등 유체가 부력에 의한 상하 운동으로 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가열된 유체는 밀도가 작아져 부력에 의해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유체는 아래로 내려오면서 대류 현상을 만든다. 보일러를 튼 방 안의 공기나 가열된 주전자 안의 물은 이런 과정을 통해 골고루 데워진다. 냉장고의 얼음을 높은 곳에 두고 난방기구를 낮은 데 두는 건 이 같은 대류 효과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열기구가 수백㎏에서 1톤 이상의 중량을 싣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도 대류의 원리를 이용한다.

에어프라이어 내의 공기 순환은 이러한 자연 대류 현상과는 조금 다르다. 팬을 사용해 공기를 빠르게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대체로 열원이 바닥에 있는 대류식 오븐과 달리 에어프라이어는 윗부분에 장착해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음식에 보다 직접 열을 전달시킬 수 있다. 열원이 상부에 위치할 경우 뜨거운 공기가 주로 윗부분에 몰려 대류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되지만, 강력한 모터로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면 음식 주변에 골고루 열기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에어프라이어는 오븐보다 크기가 작아 공기를 빨리 순환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같은 양의 음식이라면 에어프라이어가 오븐보다 20% 이상 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희 필립스코리아 퍼스널헬스 홍보부장은 “에어프라이어는 헤어드라이어처럼 열선 뒤에 팬이 달려 있어 열선들 사이로 공기가 지나가면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게 되는데 섭씨 200도가 넘는 고온의 열풍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음식을 튀겨 준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공기를 빠르게 순환시키는 것은 에어프라이어의 핵심 기술이다. 최 부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가열된 공기를 얼마나 빠르게 재료에 전달하느냐가 튀김의 바삭함을 결정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제품마다 공기 순환 방식에 있어서 크고 작은 차이가 있는데 필립스는 자체 개발한 ‘트윈 터보스타 기술’을 적용해 에어프라이어의 성능을 극대화했다. 최 부장은 “바닥에 뜨거운 공기가 부딪쳐서 위아래로 회오리치며 순식간에 음식을 구워주는 ‘터보스타 에어스톰’ 기술과 상단의 그릴을 통해 내려온 열기를 회오리 모양으로 빠르게 반사해 뜨거운 공기를 다시 위로 올려주는 ‘회오리 바닥판’을 결합한 것이 트윈 터보스타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필립스 트윈터보스타 에어프라이어의 트윈터보스타 기술. 상부의 그릴과 팬에서 뜨거운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 바닥에 부딪히면 ‘회오리 바닥판’이 공기를 회오리 모양으로 반사해 다시 위로 올려주는 방식으로 순환시킨다. 필립스 제공
◇바삭한 식감을 위해선 기름 약간 칠해야

에어프라이어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기기로 알려져 있지만, 기름으로 튀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소량의 기름이 필요하다. 이종민 신세계푸드 연구원은 “에어프라이어는 식재료에 남아 있는 기름을 가열해서 튀기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기름기가 없는 식품은 음식 표면에 기름을 조금 칠한 뒤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야 좀 더 바삭한 식감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열풍이 순환하면서 음식을 데우기 때문에 에어프라이어 안의 재료가 골고루 공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연구원은 “에어프라이어는 뜨거운 바람이 직접적으로 음식 표면에 닿으면서 공기를 증발시키기 때문에 내부를 꽉 채우기보다 서로 겹치지 않게 적절하게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며 “조리 도중에 음식을 흔들어서 열풍이 표면 곳곳에 닿도록 하면 골고루 바삭하게 조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튀김은 뜨거운 기름으로 음식 표면의 수분을 증발시켜 외피를 바삭하게 만드는 조리법이다. 음식 표피가 단순히 건조해지고 딱딱해지는 게 아니라 바삭해지는 건 기화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조직 사이가 벌어져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음식을 뜨거운 기름에 넣을 때 끓어오르는 기포는 음식 표면에 있던 수분이 기화하면서 나오는 공기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가 튀김이지만 전문점 수준으로 기름기 없이 바삭하게 튀기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재료의 특성에 따라 적정 기름 온도가 다르고 튀기는 시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름도 종류마다 연기가 나는 온도인 발연점이 달라서 조리법에 맞는 기름을 쓰는 게 좋다. 대개 튀김용으로는 포도씨유, 캐놀라유, 콩기름, 해바라기유 등 정제가 잘 된 식용유를 사용한다. 발연점이 너무 낮은 기름을 사용하면 겉이 거무튀튀해지면서 기름이 스며들어 눅눅해질 수 있고, 발연점이 너무 높은 기름을 사용하면 속은 제대로 익지도 않았는데 순식간에 겉이 타는 듯 검붉은 색으로 변색할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면 이처럼 기름과 씨름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름에 담가 튀기는 딥프라잉 방식의 식감이나 풍미를 완벽하게 재현하긴 어렵다. 대신 기름기를 빼내 담백한 바삭한 식감을 구현해낼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대체로 딥프라잉 방식이 더 바삭한 식감을 낼 수 있다”면서 “에어프라이어 전용 간편 식품을 만들 땐 표피를 보다 얇게 하고 흑미와 현미 가루처럼 최대한 바삭바삭하게 만들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 딥프라잉 방식으로 튀긴 것처럼 바삭해지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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