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개의 영화 선물이 있습니다. 첫 번째 선물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 한 편이 들어있고 두 번째 선물엔 영화 ‘암수살인’, ‘완벽한 타인’, ‘리틀 포레스트’, ‘곤지암’그리고 ‘그것만이 내 세상’이 들어있죠. 두 선물의 가격은 비슷합니다. ‘인랑’의 제작비는 약 230억원, 이 한 편의 제작비로 나머지 5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죠. 과연 흥행은 어땠을까요? ‘인랑’의 누적관객수는 90만명 나머지 영화 5편의 관객수 총 합은 1640만명입니다. 무려 18배나 차이가 나죠.

‘인랑’뿐만이 아니라 ‘염력’, ‘명당’, ‘창궐’등 2018년에는 유독 고예산, 큰 영화의 흥행 부진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개성 있는 작은 영화들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죠. 2018년 한국 영화계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요?

첫 번째는 큰 영화들의 성수기 쏠림 현상으로 인한 경쟁 과열입니다. 명절 연휴, 가정의 달, 방학 시즌 등 대형 배급사들은 극장 성수기에 고예산 영화를 집중 개봉합니다. 하지만 올해엔 이런 경쟁이 과열된 나머지 대형 영화들의 대부분이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지난 9월 추석 성수기 때 이런 쏠림 현상이 심각했죠. 영화 ‘물괴’를 시작으로 ‘명당’, ‘협상’, ‘안시성’까지 총 4편의 대형 블록버스터가 극장에 걸렸습니다. 평균 제작비 140억, 4편의 손익분기점 총합은 1500만명이었죠. 하지만 실제 이 영화들의 관객 수 총합은 1010만명, ‘안시성’을 제외한 다른 영화들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더 똑똑해진 관객들의 등장입니다. 이승원 CGV 마케팅 담당은 한 포럼에서 ‘우리나라 관객들이 영화 관람 전 찾아보는 영화 정보 수는 평균 3.7개이며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접한 사람들의 33%는 영화 관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유튜브 영화 리뷰 채널들과 관객 평점 시스템, 영화에 대한 예상 별점을 매겨주는 스마트폰 어플 등 관객이 미리 영화를 검증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해졌죠. 특히 소셜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은 영화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실에 영화 ‘완벽한 타인’관객의 60%는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영화를 관람했다고 응답했죠. 이제 관객들은 영화가 재밌는지, 재미 없는지 미리 알고 극장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관객들의 취향을 충족시킨 다양한 작은 영화의 등장입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한국 영화 제작비 증가로 영화사들은 제작비 회수를 위한 흥행 코드를 남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신파, 사극, 권선징악, 현실정치 묘사 등 뻔하고 새로울 것 없는 주제가 매번 반복되었죠. 이런 상황에서 신선하고 개성있는 이야기를 갖춘 작은 영화들이 등장합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영화가 진행되거나 ‘페이크 다큐’라는 새로운 형식을 빌려오고 자극 없이 평온한 ‘소확행’을 보여주기도 하죠. 이런 영화들은 기존의 흥행 코드를 벗어난 새로운 소재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대형 기획 영화들은 외면받고, 신선하고 개성있는 작은 영화들이 사랑받은 2018년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해 영상진흥원은 “앞으로 중,저예산 영화의 제작 활성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평했습니다. 똑똑한 관객들과 매력있는 작은 영화들이 가득했던 2018년 한국 영화 시장, 2019년에는 어뗜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이현경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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