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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에 예산 쏟아붓는다는 정부... 세수가 따라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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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에 예산 쏟아붓는다는 정부... 세수가 따라줄까

입력
2018.12.25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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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강 국면에 접어든 경기에 훈풍을 불어넣기 위해 내년 상반기 재정 집행을 극대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을 조기 투입해 얼어붙은 민간 경기에 마중물을 붓는다는 방침이지만, 세수가 집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부실 집행이 이뤄지면 하반기 경기에 대응할 운신의 폭만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내년 주요관리대상사업 예산의 61.0%를 상반기에 조기 지출한다. 정부가 2003년 카드 사태를 계기로 조기집행 제도를 활성화해 온 이래 가장 높은 목표치다. 재정 조기집행은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을 강화하고 예산 불용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인건비, 기본 경비 등 고정지출 성격의 비용을 제외한 주요사업비를 앞당겨 집행하는 제도다.

조기집행 대상이 되는 주요관리대상사업 규모는 내년 총지출(469조6,000억원) 규모가 확대되고 조기집행 목표치가 높아진 데 따라 올해(280조2,000억원)보다 많은 290조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예산집행 목표가 달성될 경우 내년 6월까지 177조원 수준의 나랏돈이 풀리는 셈이다. 특히 올해 부진했던 고용ㆍ투자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자리와 SOC 예산 조기집행이 강화된다. 일자리 예산은 65.0%, SOC 예산은 59.8%까지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각 부처 및 기관으로부터 조기집행 계획을 받아 내년 1월 사업 규모를 확정한다.

재정 조기집행은 통상 하반기에 비해 상반기에 경기가 둔화되는 ‘상저하고’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카드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 상반기 성장률(2.8%)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 따라 상저하고 흐름이 한층 뚜렷할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을 펼칠 여지가 줄어든 데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 내년 상반기 재정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재정을 조기집행 하면 연초에 이뤄지는 사업 공모, 인허가 절차가 앞당겨져 재정집행 효율을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주요 기관2019년 반기별 경제성장률 전망치/ 강준구 기자/2018-12-2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주요 기관2019년 반기별 경제성장률 전망치/ 강준구 기자/2018-12-24(한국일보)

그러나 재정 조기집행은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세입이 ‘과속집행’을 따라오지 못하면 되레 연간 재정 운영이 빠듯해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정부는 그간 상반기 재정집행 속도를 높이면서 세수가 지출 예산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 차입금을 조달해 부족한 국고를 채웠다. 1~10월 누적 국세수입(263조4,000억원)이 전년 대비 26조 이상 더 걷힐 정도로 세수 호황을 누린 올해도 기재부는 재정증권 2조원을 발행했는데, 내년엔 이러한 ‘나라빚’이 한층 불어날 공산이 크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매년 반복되는 조기집행을 상반기 세입으로 메우지 못하면 단기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동시에 예산 잔액 소진으로 정부의 이자 수입은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 조기집행의 핵심 부문인 일자리와 SOC 사업은 특성상 원활한 진행이 쉽지 않은 터라 집행률 목표 달성에 매몰될 경우 부실 집행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일자리 사업은 실업률 변동 등 고용 상황에 따라 집행 여건이 바뀌는 경우가 많고, 정책 수혜자가 모집되지 않으면 재정을 풀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SOC 사업도 부지 확보, 인허가 절차, 지역 여론 등에 따라 집행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기도 한다. 한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건설 현장은 인허가가 지연되거나 부지 매입이 난항을 겪으면 상반기 집행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없다면 ‘상반기 조기집행-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악순환만 거듭될 수 있다. 그간 예산 조기집행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신통치 않으면 별다른 대안 없이 추경 카드가 동원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조기집행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쓰는 임시변통 정책”이라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가 불발되면 하반기에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재정의 수요 진작 효과를 높이고 부실 집행을 막으려면 조기집행 사업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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