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과 사진찍기에 동원되고 있는 퍼시픽랜드의 돌고래. 핫핑크돌핀스 제공

동물단체들로 구성된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 시민위원회가 서울시에 마지막 돌고래 ‘태지’에 대한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추진위원회는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지난 13일부터 돌입한 서울시의 태지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서 모인 서명지를 박원순 서울 시장에게 전달한다.

태지는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된 후 서울대공원이 수입해 돌고래 쇼에 이용해온 큰돌고래다.서울대공원은 태지와 함께 살던 남방큰돌고래인 ‘금등’과 ‘대포’를 방류하면서 남은 태지를 지난해 6월 제주 퍼시픽랜드로 보내 위탁 사육을 맡긴 뒤 이른바 ‘돌핀프리’(돌고래가 없다는 뜻)선언을 하고 돌고래 쇼장을 폐쇄했다. 서울시는 ‘제돌이’를 비롯해 지금까지 제주 남방큰돌고래 일곱 마리를 자연으로 방류하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돌고래 쇼가 시작된 서울대공원 돌고래 쇼장을 폐쇄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동물 복지와 동물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커다란 성과를 냈다.

9년간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하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 퍼시픽랜드로 이송된 태지가 지난 여름 공연장 뒤 격리된 수조 위에 떠 있다. 고은경기자

추진위원회는 서울시가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 태지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고래 불법포획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는 돌고래 쇼장 퍼시픽랜드에 태지를 보내버림으로써 책임을 외면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와 퍼시픽랜드가 맺은 태지의 위탁 사육 계약이 오는 31일로 종료가 되는데 이대로 태지가 퍼시픽랜드의 소유가 된다면 지금까지 돌고래 자연방류와 돌고래 쇼장 폐쇄로 쌓은 서울시의 명성이 빛을 바랠 수밖에 없다는 게 추진위원회의 지적이다.

추진위원회는 “애초에 잔인한 돌고래 포획으로 악명이 높았던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태지를 수입해온 것은 서울시였다”며 “서울시는 돌고래 태지에 대해 끝까지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지내고 있는 큰돌고래 태지(왼쪽)와 호주 남쪽 애들레이드 돌고래 바다쉼터. 고은경 기자 , 서호주 애들레이드 마운트로프티 자원부 홈페이지 캡처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돌고래들의 보호소인 바다쉼터가 세계 곳곳에서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수족관 사육 벨루가들이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아이슬란드에 2019년 3월 세계 처음으로 벨루가 바다쉼터를 개장한다. 캐나다도 최근 국회에서 수족관 돌고래의 사육을 금지시키는 법률을 통과시키고 수족관 사육 고래류를 위한 바다쉼터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국립 볼티모어수족관 역시 플로리다주에 큰돌고래 전용 바다쉼터를 만들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세계 각국에서 수족관 고래들을 위한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서울시는 이와 같은 흐름에 역행해 태지를 돌고래 쇼장으로 넘긴다면 동물복지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태지의 사육기간을 연장하고, 이후 관계부처와 협력해 바다쉼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면 위원회는 적극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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