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비트 창업자 겸 CEO 제임스 박

핏비트 창업자 겸 CEO 제임스 박/2018-12-21(한국일보)

지난 2015년 6월 활동량을 측정하는 웨어러블(착용형 컴퓨터) 기기 제조업체 핏비트(Fitbit)가 상장됐다. 핏비트는 공모가(주당 20달러) 대비 48%나 높은 29.68달러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핏비트의 시가총액이 41억 달러(4조5,000억원)로 치솟으면서 핏비트를 공동 창업해 이끌어온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박(42)은 단박에 6,000억원을 손에 쥐었다.

◇하버드 중퇴하고 세 차례 창업

한국에서 태어난 제임스 박(42)은 3세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지만 21세 때 학업을 포기하고 금융회사에 기술전문가로 들어갔다. 1998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입사해 트레이딩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맡았지만 1년 만에 그만뒀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기업 KPMG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 내는 ‘데이터마이닝’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제임스 박은 99년 10월 전자상거래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에페시 테크놀로지(Epesi Technologies)’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자기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판매가 저조해 2년 만에 실패의 쓴 맛을 봤다. 2002년 다시 벤처기업 ‘와인드업랩스(Wind-up Labs)’를 창업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디지털 사진 편집 및 개인간(P2P) 온라인 사진공유 기술을 개발해 3년여 운영하다 2005년 정보기술(IT) 전문업체 씨넷 네트워크에 매각하고, 씨넷에서 제품개발 부문을 총괄했다.

그러던 중 집에서 조이스틱이나 컨트롤러를 쥐고 팔이나 몸을 움직여 게임을 하는 일본 닌텐도의 체감형 게임 ‘위(Wii)’를 하다 센서를 이용해 심장박동 등 몸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진화한 웨어러블기기에 대한 영감을 얻은 뒤 씨넷을 나왔다. 곧 바로 2007년 4월 세 번째 회사인 핏비트를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에릭 프리드먼(현 핏비트 최고기술책임자ㆍCTO)과 공동 창업한다.

핏비트(Fitbit) 실적/2018-12-21(한국일보)
핏비트 연구개발(R&D) 투자 규모/2018-12-21(한국일보)/그림 4핏비트 제품 판매량/2018-12-21(한국일보)

◇스마트밴드로 글로벌기업 도약

제임스 박은 핏비트를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어려움도 컸다. 초기 자금 40만 달러가 1년 만에 바닥났지만 시제품 개발이 뜻대로 되지 않아 추가로 투자금을 모아야 했다. 마침내 2009년 바지 주머니 등에 끼울 수 있는 클립형태의 첫 제품(Classic)을 선보인다. 당시 제품은 걸음수를 재는 만보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후 칼로리 소비량, 걷거나 뛰는 거리, 무선으로 다른 기기와 연동시키는 기능 등을 추가로 탑재하면서 조금씩 발전시켰다. 2013년 처음으로 손목밴드 형태의 제품도 출시했고, 수면 패턴 분석 등 기능도 고도화시켰다.

제임스 박은 여러 차례 “투자금 유치 외 ‘웨어러블기기’라는 개념을 알리는 데 많이 고생했다”고 말했다. 웨어러블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족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그는 스마트 웨어러블기기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한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웨어러블 헬스기기는 생산하기도 전 주문이 폭주할 만큼 시장 반응이 뜨거웠다. 2013년 2억7,108만 달러였던 매출이 2014년 7억4,543만 달러로 늘면서 적자(895만 달러 영업손실)에서 흑자(1억5,792만 달러)로 전환했다. 만보기 수준에서 탈피해 센서와 데이터 전송 기술을 더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건강관리(헬스케어) 제품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2015년에는 매출이 18억5,799만 달러로 늘었고, 웨어러블 업계 최초로 미국 뉴욕 증시에도 상장됐다. 그는 당시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핏비트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의 범주를 탄생시켰다”며 “오로지 헬스(건강)와 운동 측정 제품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샤오미ㆍ애플 등에 밀려 위기

승승장구하던 핏비트는 그러나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게 됐다. 스마트폰 업계 선두주자인 애플이 2015년 4월 경쟁제품 '애플워치'를 내놓고, 삼성전자(갤럭시기어)나 샤오미(샤오미밴드) 등도 잇따라 웨어러블기기 시장에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그러나 제임스 박은 “시장이 커졌다"며 “소비자들마다 선호가 다르기 때문에 애플과 충분히 공생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하지만 핏비트는 즉각 타격을 입었다. 2016년에는 그의 말처럼 시장이 커지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17%(3억1,146만 달러)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26%(5억5,394만 달러)나 급감했다. 2015년 흑자였던 영업이익도 2016년에는 적자(1억1,246만 달러 영업손실)로 전환했고, 지난해엔 영업손실 규모가 두 배(2억108만 달러)로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웨어러블기기 시장에서 핏비트의 점유율은 2016년 21.5%로 1위였지만, 지난해 13.3%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자인 애플이 10.8%에서 15.3%로 상승하며 선두로 나섰다. 샤오미도 15.0%에서 13.6%로 떨어졌지만 핏비트 보다는 점유율이 컸다.

특히 핏비트는 애플의 영향력이 큰 자국 시장에서 충격이 컸다. 핏비트의 미국 매출은 2016년 15억 달러에서 2017년 9억4,410만 달러로 39%(5억9550만달러) 급락했다. 대신 해외 매출이 2016년 6억2,990만 달러에서 2017년 6억7,150만 달러로 7%(4,160만달러) 증가했다.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지역 매출이 13% 증가하면서 해외 실적을 견인했다.

◇R&D 투자로 위기 극복할까

제임스 박은 핏비트가 직면한 위기 탈출을 위해 연구개발(R&D)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웨어러블기기 시장 변동성이 매우 큰 만큼 결국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핏비트는 R&D 투자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핏비트의 R&D 투자는 2015년 1억5,003만 달러에서 2016년 3억2,019만 달러로 113%나 늘었고, 지난해에도 전년 보다 7% 증가한 3억4,301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는 올해도 3분기까지 2억5,620만 달러를 투자해 전년 동기(2억5,250만 달러) 보다 늘렸다.

핏비트는 지난해 스마트워치 기업인 ‘패블’ 등을 인수하고, 같은 해 8월 스마트워치인 ‘핏비트 아이오닉’, 올해 ‘핏비트 차지3’ 등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핏비트는 최근 공개된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보고서에서 “웨어러블기기 시장은 역사가 짧고 매우 급속히 진화하고 있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또 국내외 경제적인 요인이 어떻게 제품과 서비스에 영향을 줄지 불확실하다”며 “그러나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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