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폭로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태의 기승전결 그래픽=신동준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연말 정국 최대 이슈다. 특감반에서 근무하다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 복귀 조치된 김태우 수사관이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사업 현황과 은행장 동향은 물론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의혹을 자신이 조사했고, 이런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청와대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이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해당 보고 때문에 쫓겨났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며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가 개울물을 흐린다”는 원색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김 수사관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104건의 첩보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언론 및 민간인 사찰을 해온 정황이 확인됐다고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검찰에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코앞에 터진 정치적 이슈를 정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특별감찰반 의혹 관련 정치권 공방일지 그래픽=신동준 기자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현 사안에 대해 180도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진실을 판단하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권력의 핵심부인 청와대가 논란의 한복판이란 점에서 아슬아슬하죠. 이번 사태의 경위와 쟁점이 무엇인가요.

미스터블루=김 수사관은 청와대에서 지시를 받아 작성했다는 첩보를 연일 폭로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와대가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관련 동향,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조선일보 취재 내용 등 민간과 언론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정황도 첩보에 담겼는데요. 청와대는 모두 “김 수사관이 개인 플레이로 지시 없이 가져와 폐기하거나, 자기 혼자만 가지고 있던 내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청와대가 민간인 조사를 시켰는지 여부 ▦정권의 비위 첩보를 무마했는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태우 수사관이 2017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한 감찰 보고서 목록 중 일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제보 파일”이라며 이 목록을 공개했다. 자유한국당 제공

불나방=우윤근 주러 대사의 경우 과거 의원 시절 한 사업가로부터 채용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김씨가 상부에 보고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죠. 우 대사가 계속 현지 공관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어떠한 예단도 불필요하다는 게 여당 내 대체적 기류입니다. 다만 우 대사가 최근 유력한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거론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 대사로서는 이미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수사가 시작됐으니 결과를 봐야겠습니다만 일단 검찰이 정보를 입수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은 정황이 석연치 않은 데가 있어요. 뇌물공여 액수와 시간 등이 정확하게 특정됐는데도 수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 검찰의 해명 외의 다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나오는 이유죠. 진실공방에다 각종 의혹이 나오고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대사 직무를 충분히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홀리데이 핫초코=우 대사도 정공법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해당 사업가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면서 받았다는 차용증을 언론에 공개했고, 명예훼손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직접 검찰조사에 응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상황입니다. 향후 진행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부고속도로 하남드림휴게소에 입점한 ‘엑스 카페(ex-cafe)’ 1호점에서 19일 한 시민이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인 김태우 수사관은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의 엑스 카페 관련 이권 독점을 도왔다는 첩보를 상부에 보고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주장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불나방=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건은 어떤 내용인가요. 역대 정권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관련 이권은 마치 정권의 전리품처럼 비리가 심심치 않게 나온 부분인데.

당나귀=여당은 화들짝 놀라고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터진 ‘행담도 개발 비리’ 트라우마가 적지 않은 탓이죠. 당시에도 도로공사 사장이 연루됐었습니다. 아무래도 도로공사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포함한 각종 개발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많이 관여된 탓일 겁니다.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가 반복된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겠죠.

탐구생활=이 사장이 도공 산하 휴게소에 입점한 점포에 대해 커피추출기와 원두 등 공급권을 같은 민주당 출신 우제창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몰아줬다는 내용입니다. 우 전 의원은 이 사장이 원내대표를 맡을 때 원내대변인을 지냈던 인연이 있죠. 청와대는 김 전 수사관이 업무배제 직전 보고서를 그냥 두고 가버려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이번 국면에서 가장 충분히 않은 해명이었다고 봅니다. 뭉개기라는 의심이 나올 만한 상황이죠. 어떤 절차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7일 춘추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이 비위 연루 의혹으로 원대복귀 조치된 데 반발해 폭로를 지속하는 상황과 관련,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허위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법무부에 추가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불나방=청와대는 김씨의 폭로가 나오자 “미꾸라지” 운운하는가 하면 여러 정황이 나왔는데도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했죠. 정말로 김태우 개인의 일탈일 뿐인가요.

당나귀=야당이 주장하는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기에는 아직은 빠져있는 퍼즐이 너무 많습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 당시 민간인 사찰의 경우 한국은행에서 찍어낸 돈 다발, 이른바 ‘관봉’이 사찰 자금으로 지급됐다는 사실이 스모킹 건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사태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아직은 뚜렷한 팩트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탐구생활=여권 내에서는 폭로 내용보다도 문건 리스트와 각종 의혹이 자꾸 노출되는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듯 해요. 워낙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큰 정부다 보니 진위를 떠나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고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거죠. 현 상황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한 여당 의원은 “‘알고 보니 문재인 청와대도 이명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가 없구나’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 게임 끝이다”라고 하더군요.

미스터블루=이번 한 주는 정권에 앙심을 품은 공무원 한 명이 청와대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가를 보여준 보기 드문 기간이었습니다. 김 수사관이 만든 민간인 사찰 프레임에 대응하느라 문 대통령의 본격적인 경제 행보도 묻혀 버렸죠. 청와대는 사태 초기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인 주장과 보수 언론의 동조’라며 ‘우리가 피해자’라는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책임 있는 대응 방식은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우리 정부의 DNA에 민간인 사찰은 없다’며 선의를 강조한 것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첩보를 다루던 ‘내부고발자’의 폭로라는 점에서 사안의 중요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 수사관이 드루킹이 될 가능성도 많지만 고영태가 될 여지도 적지 않고요. 청와대는 “최순실씨의 취미가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는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주장을 한 고씨가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21세기소년백서=이번 사태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180도 다릅니다. 여권은 한 개인의 일탈 행위로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분위기인 반면, 야권은 정권을 흔들 호재로 보고 있습니다. 혹여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박근혜 청와대=문재인 청와대’란 주홍글씨가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나경원(왼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 오른쪽은 진상조사단장인 김도읍 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