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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에 꽂힌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웃픈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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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에 꽂힌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웃픈 모험기

입력
2018.12.21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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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의 저자인 마에노 울드 고타로가 사하라 사막에 나타난 메뚜기를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다. 해나무 제공
책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의 저자인 마에노 울드 고타로가 사하라 사막에 나타난 메뚜기를 조심스럽게 촬영하고 있다. 해나무 제공

손이 갈 만한 책 제목은 아니다.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갔다니. 책 표지는 더 심각하다. 얼굴에 초록색 물감을 칠한 괴이한 남자가 역시 초록색 천으로 온몸을 휘감고는, 어정쩡한 포즈로 채집망을 들고 서 있다. 제목도 표지도 흥미를 자극하지 않는다. 제목과 표지가 만들어 낸 선입견을 무시하고 무조건 첫 장(프롤로그)을 넘겨 보길 권한다. 겉과 달리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하는 문장이 고개를 내민다. ‘100만 군중 속에서 나를 손쉽게 발견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이어 ‘메뚜기’라는 단어가 튀어 나온다. 하늘이 새까매질 정도의 메뚜기 떼를 군중을 향해 날린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상상하기도 싫지만, 십중팔구 우왕좌왕하며 메뚜기 떼를 피해 도망다닐 것이다. 그런데 이 저자는 다르단다. “그 광란의 도가니 속에서 메뚜기 떼를 향해 달려가는, 유난히 흥분한 사람이 바로 나”라고 말이다.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메뚜기에 꽂힌, ‘메뚜기 박사’이자 괴짜 곤충학자다. 표지에 소제목으로 커다랗게 적힌 ‘젊은 괴짜 곤충학자의 유쾌한 자력갱생 인생 구출 대작전’이라는 문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그는 왜, 하필이면 아프리카를 택했을까. 저자의 설명은 다소 엉뚱하지만 솔직하다. 일본인인 저자에 따르면 일본이 현재 메뚜기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어서 메뚜기 연구의 필요성이 낮고, 메뚜기와 관련된 직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서다.

그는 메뚜기가 많은 곳으로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의 생소한 나라 모리타니다. “아프리카에서 연구를 하면서 성과를 올린다면 일본의 연구기관에 취직될 가능성도 높다. 바로 이거다!” 순수한 생각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모리타니행 비행기표를 끊어 이역만리 아프리카로 떠났다. 적어도 도전정신만큼은 금메달감이다.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

마에노 울드 고타로 지음ㆍ김소연 옮김

해나무 펴냄ㆍ428쪽ㆍ1만6,000원

책은 돈도 없고 직장도 없는 서른한 살의 메뚜기 박사가 돌연 아프리카의 모리타니로 떠나 연구활동을 해 나간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저자 특유의 직설화법과 유머러스한 문장력은 이 책의 강점이다. 이 곤충학자가 전하는 아프리카의 생활과 문화, 흥미진진한 메뚜기 연구 과정은 메뚜기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끌어당길 만큼 매력적이다. 곳곳에 펼쳐진 사진도 볼거리다. 아프리카의 전통 의상을 걸치고 사하라 사막을 기어 다니고, 메뚜기 떼를 발견하고선 초록색 의상을 입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곤충학자라니. 코미디언이 따로 없다.

짠 내 나는 일상도 흥미롭다. 오로지 자신이 일본에서 자리 잡기 위해 메뚜기 열풍을 일으켜 보겠다는 의지가 웃기고도 슬프다. 유명해져야겠다며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책도 쓰며, 인터넷 동영상 생중계까지 한다. ‘초록인간’으로 변신한 이유가 있었다. 무모한 도전정신인 듯 보여도 그는 결국 꿈을 이룬다. 현재 한 연구센터 소속 기간제 연구원으로 사막메뚜기를 연구 중이니까. 책을 덮을 즈음 당신은 이 메뚜기 박사의 팬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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