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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민주노총은 자유한국당 편인가

입력
2018.12.19 18:00
수정
2018.12.19 20:19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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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투’도 인내 한계 호소한 민주노총,

文정부가 대화도 못 할 만큼 적대적인가

전체 노동자 위한 조직인지 자문해 보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에 도착하자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맞이 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의 불참을 언급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에 도착하자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맞이 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의 불참을 언급하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민주노총에 대한 애정으로 치자면, 현 정부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만한 이가 있을까 싶다. 30년 넘게 노동운동에 몸담으며 ‘문전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가 민주노총 내에서도 투쟁성이 가장 강한 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낼 때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게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를 맡긴 건 그런 그가 민주노총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의 인내심도 한계에 봉착한 모양이다. 그는 최근 한 보수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민주노총 참여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치 자기들이 중심이고 정국을 주도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고 일갈했다. 작년 이맘때 인터뷰 자리에서 만났을 때 “민주노총을 질책만 말고 뿌리 깊은 트라우마를 이해해 달라”고 거듭 당부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간에도 민주노총에 조금씩 서운함을 표하긴 했지만 그래도 불과 얼마 전 경사노위 공식 출범식에서 민주노총을 입에 올리며 눈물까지 보이던 그였다.

민주노총은 문 위원장의 변절이라고 격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민주노총을 보면 문 위원장의 이런 변화가 백분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오죽했으면, 그것도 보수언론에 그런 발언을 했을까 싶다.

재벌 총수들이 소수 지분으로 그룹 지배를 못 하도록 하자는 게 노동계의 줄기찬 요구였음을 감안하면, 문 위원장 말마따나 이 정부 주인 행세를 하려는 민주노총의 행보는 이율배반적이다. 민주노총이 촛불 정국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유모차에 탄 아이부터 백발 노인까지 2016년 촛불 정국의 주역들은 차고 넘친다. 단언컨대, 이들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 없이 단지 노동단체나 시민단체들만 촛불을 들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민주노총에 묻고 싶다. 과연 이 정부가 대화 테이블에도 마주 앉지 못할 정도로 노동계에 그렇게 적대적인지. 2년 연속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고, 재계의 거센 반발에도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시켜 최저임금을 산정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이 정부가 보수 진영의 거센 공세를 받으며 궁지에 내몰린 건 대부분 이런 ‘친노동’ 정책의 과속 행보로 인한 부작용에서 비롯됐다.

물론 성에 찰 리 없을 것이다. 많이 올렸지만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은 어렵게 됐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 사고에서 확인됐듯 비정규직의 사정은 여전히 열악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무력화시킨다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은 너무 더디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한 번에 모든 걸 다 이룰 수는 없다. 당장 경제가 고꾸라지든 말든, 서민들이 아우성치든 말든, 정부는 민주노총이 원하는 건 모조리 다 들어줘야 하나. 어려운 살림에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준 부모 사정은 아랑곳 않고 무조건 한우를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와 뭐가 다른가.

얼마 전 만난 참여정부 인사는 과격한 표현을 했다. 민주노총에 거슬리는 건 정부의 반노동 정책이 아니라 친노동 정책 아니냐고. 노동자 이익이 아니라 선명한 대립 구도를 통한 존재 각인이 그들의 상위 목표로 보인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과 손을 잡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민주노총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등을 돌리게 했고, 출범 후 현 여당과 우호적이었던 건 2012년 잠시뿐이었다.

내년 1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사회적 대화 테이블인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계속 장외에 남아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는 것이 과연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민주노총 지도부와 일부 강성 조직원들만 위한 것인지 솔직하게 자문해 봤으면 한다. 문 위원장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이영태 정책사회부장 ytlee@hankookilbo.com

※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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