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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신고, 올해만 6500건… 김장 시키는 상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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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신고, 올해만 6500건… 김장 시키는 상사도

입력
2018.12.19 09:19
수정
2018.12.1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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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분노를 촉발시킨 한진그룹 총수 일가. 왼쪽부터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연합뉴스
을의 분노를 촉발시킨 한진그룹 총수 일가. 왼쪽부터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연합뉴스

직장내 갑질의 피해자 상담과 법률 지원을 해주는 ‘직장갑질119’에 올 한 해 접수된 사례가 6,5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 변호사와 노무사 200여 명이 만든 민간 공익단체다. 한림대 성심병원의 간호사들이 당한 부당 노동행위를 공론화한 그 단체다. 이 민간단체 한 곳에 신고된 갑질 건수가 이 정도이니 그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직장갑질119의 이용우 변호사와 최혜인 노무사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메일로 들어온 상담 사례를 집계해보니 6,500여 건이었다”고 밝혔다.

갑질의 종류도 다양했다. 임금 체불이나 해고, 퇴사 강요, 업무 배제, 욕설과 폭언, 폭행뿐 아니라 업무와 관련 없는 노동을 강요하는 일도 많았다. 이들은 “김장이나 집 청소를 시키는 건 물론 자기 논문을 대필하라는 공공기관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꼽은 가장 심각한 사건은 한 공기업의 여성 정규직 직원이 당한 성추행이었다. 최 노무사에 따르면,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에게 남성 상사가 연애 상담을 해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성추행까지 저질렀다. 상사는 이 직원이 결혼하자, 이제는 회사에서 내보내려고 괴롭히기까지 했다.

최 노무사는 “이 직원이 육아 휴직을 다녀온 후에는 상사가 아예 투명 인간 취급을 하면서 회사를 못 다니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이전 업무와 상관없는 곳에 배치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사가 징계나 처벌을 받게 하려면 과거 당했던 성희롱과 성추행을 문제 삼아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오래 전 발생했던 일이라는 점이었다. 최 노무사는 “(성희롱, 성추행에 이어 괴롭힘까지) 그런 문제들이 쭉 발생을 했는데 성희롱과 성추행은 오래 전에 당한 일이라 신고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선배들에게 당하는 이른바 ‘태움문화’와 관련한 제보도 이 단체에 폭발적으로 접수됐다고 한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용우 변호사는 “용어 자체로도 굉장히 폭력적”이라며 “간호 업무가 인력도 부족하고 워낙 열악한 상황에 노출돼있어 원만한 방식의 업무 시스템이 정착이 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태움이란 갑질이 없어지려면, 업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변호사는 “태움 문화의 원인에는 병원 내에서의 교육 시스템 또는 인력 부족 같은 문제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100% 해소되지 않는 이상 완전하게 일소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직장 갑질을 개선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이른바 직장내괴롭힘방지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갑질의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사업장 특별감독을 실시하는 등의 대책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이 변호사는 “이 개정안이 일부 당 의원들의 반대로 최소한의 내용조차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만이라도 통과한다면 일부 진전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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