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강릉 펜션 참변] 또 아이들 10명이…가스경보기조차 없었다

알림

[강릉 펜션 참변] 또 아이들 10명이…가스경보기조차 없었다

입력
2018.12.18 18:35
수정
2018.12.18 23:11
1면
0 0

 강릉 펜션 투숙한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3명 사망ㆍ7명은 치료 중 

18일 고교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에 빠진 채 발견된 강원 강릉의 펜션에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18일 고교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불명에 빠진 채 발견된 강원 강릉의 펜션에서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수능시험을 마치고 친구들과 강원도로 단체 여행을 떠난 서울 대성고 3학년생 10명이 숙박 중인 펜션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이중 3명이 숨졌다. 보일러 배관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돼 펜션 내부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수치의 8배가 넘는 상태였지만, 실내에는 가스누출 경보기 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 만연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12분쯤 강원 강릉시 경포호 부근 아라레이크펜션에서 서울 은평구 대성고 3학년생 10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업주가 발견, 119에 신고했다. 이중 3명은 숨지고 7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다.

업주는 경찰에서 “시설 점검을 위해 학생들이 묵던 방에 갔다가 쓰러져 있어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학생들이 묵은 펜션 건물 2층은 거실과 방 3개와 복층이 있는 구조다. 발견 당시 학생들은 2층과 복층 거실에서 각각 4명, 2층 방에서 2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실내에는 구토 흔적이 많았고, 학생들은 거품을 물고 있었다. 사망자 3명은 모두 2층에서 발견됐다.

의식 불명에 빠진 학생 7명은 119 구급차량에 의해 강릉 아산병원과 동인병원으로 분산됐다. 아산병원에 입원해 고압산소 치료를 받은 5명은 8시간 뒤 1명은 간단한 대화를 할 정도로, 4명은 건드리면 눈꺼풀을 움직일 정도로 호전됐다. 동인병원에 있던 2명은 고압산소 치료가 가능한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 중이다.

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해 2박 3일 일정으로 강릉 여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은 전날 오후 3시45분쯤 펜션에 입실해 짐을 풀고 쉬다 오후 7시40분쯤 펜션 건물 밖 텐트에서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후 일찍 자지 않고 새벽 늦게까지 숙소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펜션 주인이 ‘학생들만 10명이 온 게 이상해 학생 1명의 부모님과 직접 통화도 했고, 학생들이 묵던 펜션 2층에서 학생들의 소리를 새벽 3시까지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참변을 당한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이 사고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 측정결과 정상 수치(20ppm)의 8배에 육박하는 155ppm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감식 과정에서 1.5m 높이 가스보일러의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 어긋나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경찰은 또 사고가 난 숙소 내부에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실내에 가득 찬 가스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잠을 자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사고 직후 구성한 수사전담반을 수사본부로 격상해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의신 강원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을 맡고, 강원청 광역수사대, 강릉경찰서 강력팀과 형사팀 등을 투입해 현장 감식 및 주변인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유족 등 피해자보호 전담인력과 경찰청 본청 소속 과학수사 인력, 사이버수사, 학교전담경찰관(SPO) 등도 투입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날 오후 8시30분 강릉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부, 경찰청, 소방청, 강릉시,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철저한 사고원인 조사와 확인을 주문했다. 또 사상자 별로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지원하고 필요 사항은 즉시 조치하라고 당부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담당 장학사, 대성고 교장 등도 사고 직후 현장에 내려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김진복 강릉서장은 “현재로선 타살이나 자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이어 “일산화탄소가 유출될 수 있는 시설은 가스보일러 등인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정밀감식을 진행 중”이라며 “보일러실이 방 베란다 쪽에 있는데 가스 누출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릉=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