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나이트오프, 예상치 못한 인디의 ‘축제’

알림

나이트오프, 예상치 못한 인디의 ‘축제’

입력
2018.12.19 04:40
16면
0 0
록밴드 못의 이이언(왼쪽)과 언니네이발관 기타리스트 이능룡은 새 프로젝트 듀오 나이트오프를 꾸리며 새 회사 럭키펀치뮤직을 만들었다. “그간 얻어 걸린 음악이 많아”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럭키펀치뮤직 제공
록밴드 못의 이이언(왼쪽)과 언니네이발관 기타리스트 이능룡은 새 프로젝트 듀오 나이트오프를 꾸리며 새 회사 럭키펀치뮤직을 만들었다. “그간 얻어 걸린 음악이 많아”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럭키펀치뮤직 제공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낮은 비명처럼 들리는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와, 찰랑거리는 기타 연주로 유명한 U2의 기타리스트 에지가 만나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설레는 이 조합을 연상케 하는 프로젝트가 한국 인디 음악계에서 나왔다. 록밴드 못의 보컬인 이이언(본명 이용현ㆍ43)과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40)이 꾸린 프로젝트 듀오 나이트 오프다. 이들은 6곡이 실린 앨범 ‘마지막 밤’을 최근 냈다. 이이언의 위태로운 목소리와 이능룡의 감각적인 기타 연주가 어우러진 앨범은 깊고 까만 밤처럼 아늑하다.

어떻게 뜻을 모았을까. 5년 전 술자리에서 “같이 한번 작업하자”고 서로 농담처럼 주고 받은 말이 현실이 됐다. 지난 14일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이언은 “(이)능룡이가 언니네이발관에서 보여 주지 못한 색깔이 있다”며 “나도 못에서와 달리 최대한 감정을 덜어내고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 능룡이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모험 뒤엔 변화가 뒤따르기 마련. 이 작업을 계기로 이능룡은 “지난해 언니네이발관 해체 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빠져 나왔다. 이이언도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는 록 음악 시장에서 뮤지션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프로젝트 듀오 나이트 오프의 이이언과 이능룡.
프로젝트 듀오 나이트 오프의 이이언과 이능룡.

존재의 불안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노래는 사려 깊다. 두 사내는 혀 끝의 가벼운 몇 마디 위로로 섣불리 공감을 얘기하지 않는다. 나이트 오프는 새 앨범 타이틀곡 ‘잠’에서 “벽에 기대어 앉으며 짐을 내려놓으니 한 줌의 희망이 그토록 무거웠”다고 읊조린다. 점점 좁아지던 골목의 끝에 서서 외투 위의 먼지를 터니 터져 나오는 건 실소뿐이다. 이이언이 들려 준 노랫말을 쓰게 된 배경은 이랬다. “‘정말 힘들지만, 잘 될거야’식의 말이 닿지 못하는 공감의 영역에, 절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며 공감의 다리를 놓고 싶었어요.” ‘잠’에서 위로를 건넨 나이트 오프는 ‘해프닝’에선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홍콩 유명 감독 왕자웨이(왕가위)의 영화 속 장면처럼 관능이 뚝뚝 흘러내리는 멜로디는 평소 두 사람의 음악에서 볼 수 없었던 축축한 시도라 반갑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도 지명도가 높은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실험가로 지목한 한지원 감독은 두 사람의 팬을 자청해 ‘예쁘게 시들어가고 싶어 너와’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줬다. 2010년쯤 이이언과 뇌파 음악 모임에서 만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를 비롯해 김영하 작가, 가수 이적 그리고 방탄소년단 멤버인 RM도 나이트 오프의 응원군이다. 이이언은 “지인들이 절 챙겨 줘서 지탱되는 인간관계를 반성한다”며 쑥스러워했다.

나이트 오프는 ‘외출이 허용된 밤’이란 뜻이란다. 이이언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미디어 영상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능룡은 솔로 앨범 제작을 고민 중이다. 두 번째 나이트 오프는 언제가 될까. “기약은 없지만 우연한 시작처럼 두 번째도 그렇게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이능룡의 말이 빈말로 들리진 않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