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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법관 13명 중 8명만… 대법원 솜방망이 징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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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법관 13명 중 8명만… 대법원 솜방망이 징계 논란

입력
2018.12.18 20:01
수정
2018.12.18 2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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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정직 6개월… 국회의 법관 탄핵 논의에 탄력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4번의 심의를 거친 끝에 사법농단 연루 의혹으로 회부된 현직 법관 13명 중 8명을 ‘품위 손상’ 등의 이유로 징계 결정했다. 5명은 징계를 피해간 데다 최고 징계 수위도 정직 6개월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가 탄핵소추 절차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관징계위원회는 전날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징계 청구가 이뤄진 법관들에 대한 4차 심의기일을 열어 판사 13명에 대한 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 징계위는 이규진ㆍ이민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정직 6개월,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에게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징계 최고 형은 정직 1년이다.

이규진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에 개입해 전원합의체 회부 방안을 검토하고 헌법재판소의 주요 사건 심리 경과를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품위를 손상했다는 징계사유가 인정됐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항소심 전략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의 문건 작성을 묵인해 품위를 손상하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가 적용됐다. 방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행정소송 선고 연기 요청을 수락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징계위는 판단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일하며 각종 문건 등을 작성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와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보수의 3분의 1이 줄어드는 감봉 처분을 5개월간 받게 됐다. 김민수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감봉 4개월,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의 전원합의체 회부 등의 문건을 작성한 문성호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서면으로 훈계하는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수립’ 등의 문건을 작성한 김연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노재호 서울고법 판사는 불문(不問) 처분을 받았다. 품위 손상이라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징계 처분을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뜻이다. 이밖에 심준보ㆍ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김봉선 전주지법 부장판사는 징계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차원의 3차 조사에 해당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난 6월 현직 판사 13명을 징계 청구했다. 아울러 고법 부장판사 2명과 지법 부장판사 3명은 재판업무 배제조치를 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은 “엄정한 조치를 약속 드린 바와 같이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징계 절차에 회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두고 너무 가벼운 징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5명의 법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거나 무혐의 결정을 했다는 건 징계 회부 시점(6월)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의혹이 드러난 다른 판사들에 대해서도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대법원이 개혁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한 판사는 “단 2명(이민걸ㆍ방창현)만 직무상 의무 위반이 인정됐고 나머지는 모두 품위 손상을 징계사유로 봤다”며 “법관이 지녀야 할 도덕적인 기준을 위반했을 뿐 위법한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벼운 징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기소가 돼서 형사재판이 시작되면 재판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정직 처분 기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정직 1년이 최고인데 6개월을 받았다는 것은 높은 수위의 처분”이라며 “최근 3년간 활동만 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제한된 관여 행위에 대해서만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법관 탄핵소추 절차 논의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을 통해 “법원이 솜방망이 징계로 다시 국민 신뢰를 저버렸다”며 “국회는 국민 의사와 신임을 배반한 법관을 영구히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해 지체하지 말고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ㆍ의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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