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라는 주류 문화는 어쩌면 개인의 개성을 죽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패션 광고에서 ‘인싸템’이라는 표현을 자주 본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싸’는 인사이더의 줄임말로 조직이나 또래들과 잘 어울린다는 의미고, ‘템’은 아이템의 준말이다. 즉 ‘인사이더 아이템’을 뜻하는 데 인싸들이 입는 옷이라는 말이다. 사실 옷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제품에 인싸라는 말이 붙고 있다. 신조어라 방송 광고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광고나 오픈 마켓의 제품 설명 문구 같은 데서 자주 볼 수 있다.

과연 옷에 ‘인싸’와 같은 기능이 있을까 궁금할 수도 있다. 과거 유럽 계급 사회의 보수적 귀족 계층부터 서브 컬처에서의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에 이르기까지, 옷을 이용해 성향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구별하고, 외부인을 배제하거나 내부인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은 의복의 오랜 기능 중 하나다.

‘인싸템’은 그 목적이 ‘인싸’라는 점이 기존의 기능과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역사상 ‘인싸템’은 늘 있어왔다. 1990년대 브랜드 운동화가 ‘인싸템’이었다면, 지금은 롱패딩 같은 옷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인싸템’은 센스 있으면서 실용적이어야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판매자들이 ‘인싸’와 실용성을 교묘하게 결합시키는 마케팅에 성공했다. 운동화는 편하고 롱패딩은 따뜻하다.

그러나 필요성보다는 남들도 다 쓰고 있기 때문에, 그게 없으면 남들과 너무 다르게 보일 거 같고 나 혼자 뒤처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동조 현상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이 잠재된 소비자의 욕구를 표면으로 끌어내 현상을 이용하고 강화시킨다.

이런 모습은 패션 트렌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패션계는 어떤 게 유행이고 무엇을 입어야 스타일리시하다고 여겨지는지 꾸준히 광고를 한다. 패션 트렌드는 패셔너블함을 목적으로 하는 게 ‘인싸템’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패셔너블한 게 꼭 ‘인싸’의 특징이진 않을 테고, 또 어쩌면 지나치게 패셔너블해 튀는 건 ‘인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패션 트렌드라는 말의 모순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 패션은 자신의 발견, 자신만의 유니크함을 큰 가치로 여긴다. 하지만 트렌드의 폭이 그 정도로 광범위하지 않다. 그 결과 아주 희한하게도 패셔너블한 사람들은 어딘가 비슷한 옷을 입게 된다. 결국 유니크한 개성이란 지금 흘러가는 트렌드라는 좁은 폭 안에서의 디테일을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양성이 큰 가치라고는 하지만, 그 다양성이 반영되어 있다는 특정한 옷이 결국 유행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이 패션에서 스트리트 패션처럼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패션의 영향력이 커지고, SNS 등으로 전 세계의 ‘힙’한 사람들이 뭘 입는지 바로 확인하게 되면서 유행의 범위는 더 넓어졌다. 동시에 특정 아이템에 관한 집중도는 높아지고 있다. 몇몇 품목이 유행을 따라 불티나게 팔린다. SNS에서 좋아요 숫자를 높이려고 무리한 행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는 세상인데, 비싼 옷을 SNS에 자랑하는 데 집착하는 행위 정도는 큰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싸템’도, 트렌드 아이템도 목적이 다를지는 몰라도 결국 소속감을 느끼려는 심리적 불안을 부추긴다. ‘인싸’를 강조하는 광고가 효과 있고 더 커진다는 건 그저 친하게 지내고 멋이 나고의 문제를 넘어섰다. 유행에 민감한 청소년의 사이에 종종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나쁠 건 없겠지만, 그 잣대가 옷이 되고 그 결과가 배제와 혐오로 표현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인싸템’이라는 말도 패션에 특정한 기준을 만들고 일종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을지 모른다.

해결 방식은 쉽지 않다. 왜 많은 사람이 비싼 옷을 사면서까지 ‘인싸’가 되려고 하는 지는 근본적인 사회 현상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개성과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그저 하이 패션 티셔츠를 꾸미는 장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패션 칼럼니스트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