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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방의 ‘삼고무’가 개인창작물? 저작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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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방의 ‘삼고무’가 개인창작물? 저작권 논란

입력
2018.12.17 18:07
수정
2018.12.17 18:5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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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측 “원형보존 등 위해”

지난 1월 창작물로 인정받아

보존회측 “저작권료 내라니…” 반발

우봉 이매방 선생이 완성한 삼고무(왼쪽)와 오고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한국 전통 춤을 기반으로 1948년 창작된 삼고무가 지난 1월 저작물로 등록된 이후 무용계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제공
우봉 이매방 선생이 완성한 삼고무(왼쪽)와 오고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한국 전통 춤을 기반으로 1948년 창작된 삼고무가 지난 1월 저작물로 등록된 이후 무용계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제공

‘하늘이 내린 춤꾼’이라 불린 우봉 이매방(1927~2015)은 한국 전통춤의 대명사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의 예능보유자였던 그는 수많은 춤을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북 3개, 5개를 놓고 리듬을 발전시키며 추는 ‘삼고무’ ‘오고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무용단도 1997년 이매방으로부터 ‘삼고무’와 ‘오고무’를 지도 받았다. 이 ‘삼고무’가 지난 1월 이매방의 창작물로 인정받았다. 1948년 만들어진 ‘연극저작물’로 등록된 것이다. 이를 두고 무용계의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삼고무의 원작자가 이매방 선생이라는 것을 알리고, 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저작권 등록”이라는 유가족의 주장과 “기존 춤사위와 가락을 기반으로 한 춤을 순수 창작물로 주장하는 것은 전통문화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라는 우봉이매방춤보존회(보존회)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우봉이매방춤보존회는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작권을 통한 공연활동과 학습권 침해는 전통문화의 올바른 계승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매방의 유가족들이 운영하는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측이 국공립예술단체와 무용가들에게 저작물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발송한 내용증명에는 “이매방 선생이 창작한 ‘삼고무’ ‘오고무’를 공연(강습회, 연수회)하거나 이를 변형, 각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거나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기돼있다. 보존회는 “이매방류의 전통춤은 많은 무용가들이 전승 노력을 통해 함께 이룩한 성과이며 무대화 이후 70년이 지난 문화는 ‘전통’의 범주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매방 선생의 사위인 이혁렬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삼고무가 민속무용이 아닌 이매방 선생의 창작무용이라는 걸 인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작물로 등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새로이 창작된 삼고무와 오고무가 나온다면 그에 대한 저작권은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전발레나 현대무용에서는 안무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확립돼 있는 반면 한국무용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재창작의 개념이더라도 안무가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제자들을 통해 이미 전승이 많이 돼 있는 춤일 경우 조정위원회 등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고무’와 ‘오고무’가 20세기 초 한국무용에 기반해 창작된 춤인 것은 맞지만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의 제자들을 통해 전수되며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삼고무’ 논란은 20세기 초 한성준이 창작한 ‘태평무’(중요무형문화재 92호) 등 또 다른 춤으로도 번질 수 있다.

저작권료 역시 민감한 부분이다. 보존회 측은 유가족이 향후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저작권을 등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는 ‘삼고무’와 ‘오고무’를 활용한 국립무용단의 대표작 ‘향연’의 올해 공연(서울, 대전, 울산에서 총 7회)에 대해 저작권료로 총 900만원을 책정했다. 이혁렬 대표는 “‘향연’이 무료로 공연된다면 저작권료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에는 저작권 등록에 든 비용 발생 등으로 변호사의 자문을 구해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광열 평론가는 “기존의 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인지 완전한 창작인지, 90분 이상의 긴 작품인지 짧은 소품인지, 상업성이 목표인지 무용진흥이 목표인지 등 세가지 원칙을 고려해 저작권을 책정해야 한다”며 “해외 발레 작품의 경우, ‘삼고무’ 길이의 소품이라면 1회당 300~500유로(약 38만~약 60만원)의 저작권료를 지불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황병기(1936~2018) 선생이 작곡한 곡을 연주한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유족과의 상의를 거쳐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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