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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명백한 증거에도 범행 부인, 거짓을 진실로 믿도록 자기최면 거는 것”

입력
2018.12.18 04:40
수정
2018.12.18 11: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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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경기 포천 암매장 살인사건

2010년 3월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이귀남(오른쪽) 당시 법무부 장관이 조두순과 철창 사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0년 3월 경북 청송교도소를 방문한 이귀남(오른쪽) 당시 법무부 장관이 조두순과 철창 사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년 넘게 경찰 생활하며 처음 봤습니다.”

황범식 서울 종암경찰서 강력2팀장은 ‘포천 암매장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조모(45)씨를 떠올리면 혀부터 내두른다. 6번에 걸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피해자 유모(37)씨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질김과 고집’ 때문이다.

조씨는 경찰이 살인을 뒷받침할 자료를 내밀 때마다 새로운 거짓말로 대응했다. 첫 조사에서 “유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발뺌하더니, 두 사람이 함께 경기 포천시까지 이동했다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제시하자 “함께 갔지만 유씨는 포천 이동갈비를 먹으러 갔다”고 바로 말을 바꾸는 식이었다. “함께 어머니 산소에 들렀는데, 유씨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비상식적인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경찰이 흉기로 사용된 역기 봉을 발견하고, 거기서 검출된 DNA를 들이밀어도 조씨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범행을 부인했다. 황 팀장은 “조사 내내 놀라는 표정 하나 없이 덤덤했다”고 했다.

경찰이 조씨 앞에 내민 자료들은 ‘과학적 증거’의 일종이다. CCTV 화면도, DNA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물증에 속한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상당수는 뻔뻔스레 오리발을 내밀 때가 있다.

2008년 8세 아동을 성폭행했던 파렴치범 조두순도 마찬가지. 그가 2009년 1심 재판 전까지 제출한 자필 탄원서에는 반성은커녕 자신이 무죄라는 주장만 가득했다. “짐승도 하지 않는 그런 악독한 짓을, (나는) 절대로 그런 파렴치한 짓을 일삼는 저주받을 인간이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반듯하게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탄원과 달리 범행장소 여러 곳에서 조두순의 지문이 발견됐고, 피해자 A양은 그를 범인으로 정확하게 지목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본인의 자존감을 지키는 동시에, 스스로 거짓을 진실로 믿도록 자기최면을 하기 위한 것일 때가 많다”며 “일관성 있게 범행을 부인하면서 ‘정말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법정 전략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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