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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연말 외로움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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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연말 외로움 극복하기

입력
2018.12.17 19: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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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크리스마스 캐롤과 구세군의 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연말연시는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괜히 분주해지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각종 송년회나 모임을 한다.

그러나 이런 흥겹고 즐거운 연말에 의외로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의 해결되지 않은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 새해에 대한 걱정, 행복해 보이는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등 여러 원인들 때문에 평소보다 연말에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연말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각종 모임이나 파티에 대한 사진과 내용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에서 오로지 자신만 외로운 아웃사이더가 된 느낌일 것이다. 이처럼 연말에 외로움이나 심한 우울감을 느끼는 현상을 ‘연말 증후군’ 혹은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고 한다

연말에 느끼는 쓸쓸함과 우울감에는 심리적인 이유 이외에도 환경적 요인이 관련한다. 일종의 계절성 우울증이다. 겨울은 일조량이 적기 때문에 뇌에서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소위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세로토닌 부족은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pineal gland)에서 분비되는 신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적은 일조량은 불규칙한 신체 리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조량이 가장 적은 지역 중 하나인 핀란드는 인구의 10%가 계절성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연말의 우울증상은 심리적인 요인과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외로운 느낌이나 가벼운 우울증상으로 지나가지만,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심한 우울증상이라면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연말에 느끼는 외로움과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마법의 특효약은 없다. 같은 방법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적일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울증 극복의 첫 출발이다.

자기자신이 바꾸기 힘든 주위 상황이나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자.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은 절망과 좌절만 주기 때문에, 운명으로 생각하자. 다만,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힘들고 괴로울지라도 노력하는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집착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 세상에는 꼭 이래야 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부분의 세상사는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 너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집착을 조금은 버리는 것이 좋다. 설사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별 볼일 없는 것이다. 점심때 자장면을 먹거나 짬뽕을 먹는 것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올 한해 자신에게 생겼던 좋지 않은 기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나쁜 기억, 억울함, 분노 등을 떨쳐 버리자. 당신을 괴롭혔던 주위 사람들을 용서하고 잊어 버리자. 그런 일로 시간을 허비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외로움을 느낀다면,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소 생각만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조그마한 봉사활동이라도 좋다. 근처의 양로원, 고아원, 도서관, 지역센터 등에서 활동을 해보자. 하고 나면 자존감이 많이 올라 갈 것이다.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 겉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것처럼 보여도, 현실은 항상 고통과 즐거움, 행복과 불행이 공존한다. 나만 외롭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연말에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잘 챙기는 것이다. 규칙적인 수면, 적당한 신체활동, 여유 있는 마음 가짐, 한 해를 돌아 보고 챙겨보는 일 등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연말의 외로움을 떨치고 더 보람찬 내년을 준비하는 방법일 것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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