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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트럼프와 펠로시의 전쟁

입력
2018.12.1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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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권도 ‘올드’들의 세상이다. 최근 CNN 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오르자 그의 나이(76세)가 논란이 됐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한 살 더 많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나설 2020년에 74세가 된다. 이들보다 한 수 위인 정치인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이다. 올해 78세인 펠로시가 하원의장에 사실상 내정됐다. 한달 전만 해도 당내 찬반이 갈리며 연판장까지 돌았는데 ‘4년 임기’ 설득에 반대파가 손을 들었다. 내년 1월 민주당이 다수(235명)인 하원에서 218명 이상 지지를 얻는 절차는 남아 있다.

▦펠로시가 하원의장에 오르면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다. 미국의 역대 여성 공직자로는 가장 높은 자리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통령 후보에 올랐지만 공직은 장관에 머물렀다. 의회에서 ‘대리석 천장’을 깨고 있는 펠로시는 부엌에서 의회로 온 여성 정치인이다. 워싱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볼티모어의 골수 민주당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공화당 상징인 코끼리 장난감을 거부했을 정도이고, 아버지와 오빠는 볼티모어 시장을 지냈다.

▦부자 남편을 따라 이주한 서부에서 ‘주부 펠로시’는 자금모금에서 실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민주당 선거자금을 가장 많이 끌어 모으는 실력자다. 주변에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다섯 아이를 둔 펠로시는 47세 때인 1987년 보궐선거로 정치판에 발을 들였다. 30년 넘는 의정활동에서 진보적이지만 화려함을 잃지 않았다. 공화당은 아르마니를 입은 좌파라고 불렀다. 지난 11일 트럼프와 ‘맞짱’을 벌인 뒤 백악관을 나설 때도 아르마니 선글라스를 하고 막스마라의 붉은색 코트를 입었다.

▦트럼프와 펠로시는 최악의 정치적 조합이다. 성만 다를 뿐이지 정치 스타일이 거의 같다. 두 사람 모두 당내 경쟁자가 없는 최대 실력자이고, 반대자에겐 무자비하다. 민주당이 트럼프를 혐오하듯 공화당은 펠로시를 경멸한다. 지난 주 삿대질 직전까지 간 백악관 설전은 앞으로 벌어질 ‘트-펠 전쟁’의 전초전이었다. 이 전쟁의 최대 고비는 대통령 탄핵 문제가 될 것이다. 단, 탄핵안 추진을 원하는 펠로시와 달리 민주당 주변엔 이를 정치적 카드로 쓰길 원하는 의견이 많다. 트럼프가 현직을 유지하며 스캔들에 휘말릴수록 차기 대선에서 유리해서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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