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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괴리된 ‘혁신학교’... 해마다 지정 갈등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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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괴리된 ‘혁신학교’... 해마다 지정 갈등 되풀이

입력
2018.12.17 04:40
수정
2018.12.17 10:5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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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내년 3월 이 지역에 개교 예정인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들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내년 3월 이 지역에 개교 예정인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들의 반대에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의 혁신학교 지정을 1년간 유보하기로 하면서,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 정책인 혁신학교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경쟁 일변도의 학교 교육을 극복한다는 혁신학교의 취지는 좋지만, 현재의 입시 제도를 그대로 두고 ‘교실 안’만 바꿔서는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시교육청은 지난 14일 내년 3월 개교하는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을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해 1년 뒤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 학부모들이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며 갈등이 격화되자 한 발 물러서 일단 결정을 보류한 것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불씨를 살려 놓으면 1년 뒤 똑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혁신학교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구로구 온수초의 혁신학교 전환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고, 지난해 충북 제천고와 광주 대광여고도 혁신학교 전환을 신청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대로 철회했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시절인 2009년 도입한 공교육 정상화 학교 모델로 토론과 체험 위주의 수업,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권위적인 학교 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교육 3주체(학생∙교사∙학부모)가 교내 규율 제정과 같은 학내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상당수는 ‘기초학력 저하’를 이유로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2학년과 4학년 두 자녀가 내년 해누리초 진학을 앞둔 학부모 A(41)씨는 “지금 경기도의 한 혁신초에 아이들을 보내는데 교과과정을 재구성한다면서 진도를 뛰어넘거나 제대로 나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특히 수학 같은 경우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가 뒤떨어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공개한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혁신학교가 11.9%로 전국 고교 평균(4.5%)의 3배 가까이 높았다.

학교급별 혁신학교 지정 현황. 그래픽=김경진기자
학교급별 혁신학교 지정 현황. 그래픽=김경진기자

무엇보다 입시 제도와의 연계성이 부족한 점은 혁신학교의 한계다. 학교에서 아무리 ‘혁신교육’을 받아봤자, 대학 입학은 결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교과 성적과 같은 정량적 지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혁신학교 지정 비율도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급감한다. 902개교에 달하는 혁신 초등학교는 중학교로 가면 481개교, 고등학교는 142개교로 줄어든다. 2010년부터 3년간 전북 전주에서 중학생 자녀를 혁신학교에 보냈던 학부모 B(49)씨는 “중학교 때 혁신학교를 보냈는데 고등학교에는 혁신학교가 없어 일반학교에 진학해야 했다”며 “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까지 혁신교육이 연계되지 않는 한 진보교육과 보수교육간 대립 속에서 아이들만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혁신학교를 기초학력이라는 기준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혁신학교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혁구 청주교대 교수는 “’학력’이라는 것이 새롭게 정의되는 시대에 혁신학교가 지향하는 이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다만 속도 조절을 해서 무늬만 혁신학교를 지양하고 혁신학교의 장점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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