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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 ‘연결’ 끊긴 대가… KT 화재 소상공인 피해, 예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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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 ‘연결’ 끊긴 대가… KT 화재 소상공인 피해, 예상보다 컸다

입력
2018.12.17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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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로금 산정 위해 피해 접수… “열흘 넘게 손님 끊겨” “편의점 음식 폐기”… 일부 상인 “깜깜이 산정” 소송 예고

지난 14일 서울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KT 통신구 화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서울 KT 광화문지사 앞에서 KT 통신구 화재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통신이 끊겨) 놓친 손님도 피해 맞죠?” “못 팔아서 버린 음식은요?”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과 은평구 역촌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KT 통신장애 접수처. 지난달 24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탐탁지 않았다. 위로금 산정 범위, 기준, 전달 방식까지 저마다 질문거리는 한가득이었지만 누구 하나 이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알 수 없고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KT 직원들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다.

KT가 지난 12일부터 통신구 화재 피해에 대한 위로금을 산정하기 위해 공식 피해 접수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피해 접수 과정은 향후 숱한 난관을 예감하게 했다. 이른바 ‘초연결시대’에 연결이 끊긴 대가는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고 광범위했다. 보상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피해를 입증할 여력도 부족해서다. 직접 배상책임을 꺼리는 KT는 아직 피해액 산출 기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속출하는 추가 피해 사례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KT 통신장애 접수처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ㆍ마포ㆍ은평구 일대 주민센터 68개소에 지난 12~14일 3일간 접수된 장애 사실 신청 건수는 센터 당 약 20여건으로 추정된다. 상가가 밀집한 신촌동 등에선 70건을 넘기도 했다. KT는 중간 집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주말 사이 접수건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위로금 지급 규모다. 단순하게는 전주 대비 매출 감소폭을 기준으로 할 수 있지만, 접수 현장에는 예상치 못한 피해가 쏟아져 들었다. 은평구 응암동과 녹번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오상규(42)씨는 “단순 매출 피해만도 하루 10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 두 곳의 보통 일 매출이 200만원인데 통신이 끊긴 3일 간은 70만~80만원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오씨는 “유통기한이 짧은 김밥 도시락 등을 폐기한 원가만 매장당 하루 7만원 이상에, 편의점을 닫을 순 없으니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로도 하루 20만원 꼴을 썼다”고 주장했다.

북아현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하는 이종욱(58)씨는 일주일간 방문객이 뚝 끊겼다. 이씨는 “업종 특성상 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손님이 거의 없어, 매일 광고를 올리고 전화 응대를 해야 하는데 광고도, 전화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충정로에서 음식점을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센터를 찾은 김모(45)씨는 “열흘 동안 전화가 전혀 안 돼 예약도 못 받고 고정으로 오던 손님들도 이후 아예 발길이 끊겼다”고 전했다. 피해 여파가 단순히 통신 장애 기간을 넘어 장기화되고 있다는 증언이다.

◇보상 제대로 될까 불안도 증폭

이 밖에 “외상 처리 해 준 손님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놓친 손님이 몇 명인지 어떻게 계산하냐” 등을 호소하며 피해 입증이 어려워 불안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현장에선 KT가 제시한 ‘장애 신청서’ 양식이 상인들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센터에서 받는 신청서에는 서비스 장애 내용과 기간만 간략히 적게 돼 있다. 이 외 모든 장애 사실 확인, 피해액 산정 등 협의는 KT와 소상공인 간 개별 연락을 통해 진행된다. 위로금 산정ㆍ지급 과정이 ‘깜깜이’ 식으로 진행될 거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일부 상인들은 ‘KT 불통피해 상인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공동소송을 예고했다. 이들은 소상공인연합회, 시민단체 등과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실질적 피해 접수와 업종ㆍ규모별 피해 기준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 장애로 인한 간접피해는 사실상 통신사의 배상 의무에 포함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정확하게 산출하기엔 참고할 만한 선례도 없는 KT의 속내도 복잡하다. 때문에 내년 5세대(5G) 상용화까지 앞두고 있어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인 KT가 소상공인과의 개별 협의에서 높은 위로금을 지급해 사태를 수습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이날 KT 관계자는 “26일까지 장애 사실 접수가 마무리되면 위로금 지급 건수와 산정 규모 등을 안내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화재 전후 카드결제.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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