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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3, 4세 경영시대도 ‘왕자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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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3, 4세 경영시대도 ‘왕자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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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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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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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의 일에는 비상한 관심이 쏟아진다. 경영권을 물려받는 후계구도라면 더욱 그렇다. 올해는 내로라하는 그룹들에서 경영 승계가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창업 3세는 물론 4세 경영이 본격화한 기업들이 등장했고 40세의 그룹 총수도 탄생했지만 이전 세대부터 내려온 원칙 하나는 변하지 않았다. 맏아들이 왕위를 이어받는 ‘왕자의 게임’이다.

대기업들의 2019년 정기 임원인사가 줄을 이은 요즘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 중 한 명은 이서현(45)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사장)이다. 지난 6일 삼성물산 인사 명단에서 빠진 이 전 사장은 같은 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내년 1월 시작되는 임기는 4년. 공익사업을 위해 1989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설립한 삼성복지재단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과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을 지낸 어머니 홍라희 여사처럼 앞으로 복지와 문화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찌감치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후계자가 결정된 상태에서 고개를 든 삼성가 3남매의 계열분리 시나리오도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세간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전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을 이 전 사장이, 호텔사업을 언니 이부진(48) 호텔신라 사장이 떼어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전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났고, 이 사장에게 호텔신라 지분이 하나도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의 중심인 이 부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높아졌다.

정의선(48)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지난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현대차그룹 3세 경영 시대를 예고했다. 이달 12일 정기 인사에서는 아버지 정몽구 회장 세대 부회장들이 물러나며 ‘정의선 체제’ 굳히기가 가속됐다. 정 부회장에게는 정성이(56) 이노션 고문 등 누나가 세 명이나 있지만 이들은 오래 전 후계구도에서 비켜섰다.

장자(長子)로서 그룹을 승계하는 이재용(왼쪽부터 순서대로)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장자(長子)로서 그룹을 승계하는 이재용(왼쪽부터 순서대로)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LG그룹에서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장자 구광모(40) 회장이 지난 6월 새로운 총수가 됐다. 4세 경영시대다.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온 LG가는 구 회장을 양자로 들여 그룹을 이어받게 했다. 지난 5월 20일 영면한 구 회장의 LG 주식 1,945만8,169주 가운데 구 회장은 장녀 연경씨(346만4,000주)와 차녀 연수씨(87만2,000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1,512만2,169주를 상속받았다.

GS그룹 주력 계열사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허세홍(49) 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이고, 현대중공업그룹을 승계할 정기선(36)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지난달 말 이웅렬 회장이 전격 은퇴를 선언한 코오롱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도 1남 2녀 중 장남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이규호(35) 전무다.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유경(47)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위에도 오빠인 정용진(50) 신세계 부회장이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장녀 이경후(33) 상무가 올해 7월 CJENM의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로 임명되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장남 이선호(28) CJ제일제당 부장이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 후계구도를 점치기는 이르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대표적인 여성 오너 장영신(왼쪽) 애경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대표적인 여성 오너 장영신(왼쪽) 애경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그룹에서 여성이 ‘왕좌’에 오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2003년부터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정은 회장이 있지만 경영을 하지 않다 남편(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위기를 맞은 그룹을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케이스라 성격이 다르다.

국내 1호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도 남편의 사망으로 가정주부에서 경영자로 변신했다. 자신의 힘으로 오늘날의 애경그룹을 키워내 물려 받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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