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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 이식 수술, 말기 심부전 환자엔 최후의 보루”

입력
2018.12.18 05:00
수정
2018.12.18 15:5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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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장 이식수술하면 2년 생존율 70~80%로 높아져

건강보험 적용돼 수술비 1,000만원 정도만 들어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에 이상이 생긴 병으로 급사 위험이 높다. ‘심장의 암’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국내 환자는 9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1년 생존율이 20% 밖에 되지 않던 말기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이 약물치료, 심장이식, 인공심장 수술 치료 등을 통해 80% 이상으로 좋아졌다.

특히 말기 심부전 환자는 심장이식수술이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심장이식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대기하다 사망할 위험이 너무 높거나, 고령의 나이, 중증 폐동맥고혈압, 암 등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인공심장 이식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9월 말 인공심장의 일종인 ‘좌심실 보조장치’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2억원 정도 들었던 수술비가 1,000만원 정도로 크게 줄었다.

2016년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 ‘인공심장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조양현(42)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를 만나 인공심장 이식수술에 대해 들었다. 인공심장클리닉에서 시행한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지금까지 30여건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조 교수는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말기 심부전으로 심장이식을 기다리거나 심장이식을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심부전은 어떤 병인가.

“심부전은 쉽게 말해 심장의 펌프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우리 몸 전체에 피를 돌리는 심장은 한시라도 멈춰선 안 된다.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한 고통도 없다. 심부전은 첫 진단을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 50%가량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말기 심부전이 되면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에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이때에는 약물치료로도 호전이 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암과 달리 말기 심부전이라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심장이식이다. 심장이식수술을 받으면 1년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늘어나고, 14년 지나야 수술 환자의 절반이 사망할 정도로 장기 생존자가 많다.

다만 심장이식수술은 뇌사 기증자가 부족해 몇 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므로 환자에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심장이식수술도 심장 기증자 부족으로 70세 이하 환자가 대상이며, 최근에 진단 받은 암이 없어야 하고, 심부전 합병증인 폐동맥고혈압이 중등도 이하여야 한다. 물론 심장이식수술 후 강력한 면역 억제 치료가 필요하기에 감염 등 먼역억제제 사용의 금기증이 없어야 한다. 이처럼 심장이식수술을 받기가 어려운데 이럴 때 좌심실 보조장치 같은 인공심장 이식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2012년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딕 체니 미국 전 부통령도 이런 이유로 2010년 인공심장을 먼저 이식했다.”

-인공심장은 어떤 장치인가.

“인공심장은 심장을 대신해 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계장치다. 반영구적이고, 문제가 생기면 기계만 바꾸면 된다. 심실 보조장치와 완전 인공심장 등 2가지 종류가 있다. 완전 인공심장은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고, 이 장치가 필요한 환자도 드물다.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인공심장은 심실 보조장치라는 이식형 혈액펌프다. 좌심실, 우심실 가운데 선택해 부착하지만 좌심실에 주로 많이 설치하기에 ‘좌심실 보조장치(LVAD)’라고 불린다. 좌심실의 피를 기계로 뽑아낸 뒤 모터로 돌려 대동맥으로 다시 보낸다. 따라서 심부전에 의해 저하된 심장의 기능을 보조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 전깃줄이 몸 밖으로 나와 구동되므로 전선이 피부를 통해 나와 배터리나 다른 전원장치와 연결돼 작동한다. 현재 임상에서 널리 쓰이는 장비는 4가지 종류가 있고, 3종류가 국내에 도입됐다.”

-좌심실 보조장치(LVAD)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좌심실 보조장치는 1960년대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 받아 1994년부터 상업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박동형 펌프를 이용해 단순히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는 정도로 쓰였다. 2001년 약물 치료군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후 비박동형 2ㆍ3세대 심실 보조장치들이 속속 나오면서 널리 쓰이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환자 수만 명이 좌심실 보조장치 이식수술을 받았으며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새로운 환자가 수술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말기 심부전 치료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15년 이상 뒤쳐진데다 인공심장 치료도 2000년대 들어서야 조금씩 시도됐다.

현재에도 널리 쓰이는 2세대 연속류형 인공심장은 이영탁ㆍ전은석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에 의해 2012년 국내 최초 성공 사례가 보고됐다. 2세대 연속류형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2만례를 넘겨 신뢰성이 높다. 이후 우리(조양현 교수) 연구팀이 2015년 3세대 원심성 좌심실 보조장치 수술에 성공했다. 3세대 장치는 2세대보다 크기가 작고 감염ㆍ혈전ㆍ출혈 같은 부작용이 적어 몸집과 심장이 작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합하다. 특히 3세대 좌심실 보조장치 이식수술은 생존 퇴원율이 90~95%로 매우 높고, 2년 생존율도 70~80%나 된다. 즉 2년이 지나도 10명 가운데 7~8명 정도가 건강하다는 뜻이다. 인공심장 이식수술 대상 환자가 약물치료를 제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수술을 받지 못하면 2년 이내 90%가 사망한다는 점을 볼 때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공심장을 이식해도 향후 상황에 따라 생체이식을 하거나 기기를 교체할 수도 있다. 생체이식과 달리 면역억제제 같은 부작용이 큰 약물 대신 항응고제(와파린)만 먹어도 되는 게 장점이다. 게다가 지난 9월 말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뒤 전 세계적으로 10년 이상 문제없이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많고, 우리 팀이 수술한 첫 인공심장 이식 환자(78)도 현재 6년 이상 인공심장을 부착한 채 잘 살고 있다. 다만 인공심장이 배터리로 작동하기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하며, 수영ㆍ통목욕은 할 수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인공심장 이식수술의 명의인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말기 심부전으로 심장이식을 기다리거나 심장이식을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기술”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인공심장 이식수술의 명의인 조양현 삼성서울병원 심장외과 교수는 “인공심장 이식수술은 말기 심부전으로 심장이식을 기다리거나 심장이식을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기술”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제2세대 인공심장 모식도. 삼성서울병원 제공
제2세대 인공심장 모식도. 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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