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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들 일하던 태안화력 현장 본 부모 “이런데 아들을 맡겼다니…다른 희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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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아들 일하던 태안화력 현장 본 부모 “이런데 아들을 맡겼다니…다른 희생 안돼”

입력
2018.12.14 18:11
수정
2018.12.1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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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인 고(故)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려 김씨의 아버지 김해기씨(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어머니 김미숙씨(맨 오른쪽)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인 고(故)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려 김씨의 아버지 김해기씨(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어머니 김미숙씨(맨 오른쪽)가 참석했다. 연합뉴스.

“아들이 일하던 곳(태안화력발전소)에 어제 갔습니다. 너무 많은 작업량과 열악한 환경이 얼마나(아들을) 힘들게 했을까. 이런 살인병기에 어느 부모가 자식을 내몰겠습니까.”

지난 11일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 근무를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고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열악한 근로환경을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숨진 김씨의 부모는 13일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시민대책위(대책위), 고용노동부, 서부발전, 한국발전기술(하청업체) 등과 함께 사고 현장 조사에 동참했다.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유족과 대책위 등은 현장조사를 통해 본 안전장치가 없는 근로환경을 설명하며 김씨의 죽음이 1회성 사고가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컨베이어벨트에 낀 이물질을 확인하기 위해 상체를 벨트 하단 틈 사이로 집어넣어야 하는데 미세한 틈 사이에 옷이 걸리면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장 노동자들도 몇 번쯤은 ‘훅’하며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작업을 2인1조도 아니고 혼자서 하다 보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한국발전기술의 안전사고 보고서에는 김씨가 왜 컨베이어벨트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는지 그 이유를 파악한 내용은 전혀 없이 단순히 김씨를 찾고 사고를 접수하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나열하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서부발전이 책임회피를 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훼손하고 직원들의 입단속까지 나섰다고 주장했다. 조성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현장 조사를 나가보니 사망사고 현장을 물청소까지 했고, 풀코드 스위치(응급상황 발생시 잡아 당겨서 컨베이어벨트를 정지할 수 있는 긴 줄)가 평소에는 느슨하게 있어 작동이 어려운데 팽팽하게 조정해뒀다”고 말했다. 안전문제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현장 상황을 평소와 다르게 정리해뒀다는 설명이다. 또 ”하청업체 임원이 사건 현장을 최초 수습한 직원들에게 전화해서 언론사와 만나지 말라고 하고 오늘은 발전소 현장 사진을 찍지 못하게 각서를 쓰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후 적절하지 못했던 고용부의 대처도 비판했다. 현장조사 결과 전면작업중단 지시를 내려야 할 중대재해임에도 고용부 보령지청이 부분작업중단 지시를 팩스로 통지하고 끝낸 것으로 밝혀졌다. 조 국장은 “발전소 출입문에 잘 보이지 않는 흰색 A4용지에 부분작업중단 지시내용이 붙어있는 걸 봤다”며 “바로 전면작업중단을 요구했고, 그 내용을 눈에 띄는 노란색 큰 용지로 문 에 부착토록 했다”고 전했다. 보령지청은 대책위의 요구를 수용해 조사에 들어간 13일 오후에서야 전면작업중단 지시를 내렸다.

하청업체 직원의 사망사고로 원청인 서부발전에는 책임이 없다는 식의 발언에 대해 대책위 측은 “김씨가 사망 당시 하던 낙탄(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석탄)제거를 포함해 모든 작업은 원청의 승인을 받고 이뤄지는데 (서부발전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단가를 낮춰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하도급 구조상 하청업체가 안전한 근로환경을 만들기 힘들고, 이런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가 단순히 낙후된 기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부가 특별산업안전감독이 아닌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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