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왕세자 구하라” 사우디의 증시 부양 작전

알림

“왕세자 구하라” 사우디의 증시 부양 작전

입력
2018.12.14 17:53
수정
2018.12.14 19:04
2면
0 0

카슈끄지 암살 등 악재 때마다

투자펀드 통해 주식 대량 매입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석유왕국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 악재가 터질 때마다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증시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증시 폭락으로 민심이 흉흉해지는 걸 막기 위해 제3자를 앞세워 주식을 대량 매입,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다울(Tadawul)’로 불리는 사우디 증시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경제 현대화 계획’을 이루는 핵심 기둥이라는 점에서, 이는 결국 ‘왕세자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최근 2년여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폐장 직전 엄청난 매수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2016년 10월 보조금 삭감(80억달러 상당 매입), 지난해 6월 카타르 단교(23억달러) 등이 대표적인 국면이었다.

다만 정부가 직접 매수자가 되는 대신, 공공투자펀드(PIF)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을 취했다. 정부 개입 사실을 드러내지 않은 셈이다. WSJ는 거래 데이터와 복수의 소식통 전언을 통해 이 같이 분석한 뒤, “사우디 왕실은 PIF 측에 ‘타다울 지수 급락을 막아라. 돈을 풀어라’라고 지시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이 나라가 ‘안전하다’는 걸 보이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 10월 초 카슈끄지 피살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됐을 때는 이 흐름이 더욱 두드러졌다. 당시 타다울 지수는 10월 10~11일 5%나 급락하는 등 올해 들어 가장 가파르게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약 2%의 하락세를 보이던 10월 22일, 장 마감 40분 전 대량 매입이 발생하더니 3% 이상 상승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다음날에도 사우디 정부는 약 20억달러의 주식을 매입했다.

사우디 정부가 증시 부양에 힘을 쏟는 건 내년 3월 타다울이 FTSE 러셀의 ‘글로벌 이머징마켓 지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외국자본 본격 유입 이전에 주가를 최대한 띄우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개입에 대해 ‘이머징마켓’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투자전문가 앙트완 반 아그마엘은 “사우디 증권거래소를 ‘가짜 시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깎아 먹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