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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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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 사실상 포기

입력
2018.12.14 18:00
수정
2018.12.14 20: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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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유지’를 포함해 4가지 복수안의 국민연금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지 1개월여 만이다. 당초안에서 국민연금 재정 안정에 중점을 둔 방안은 제외된 대신 기초연금을 높이는 방안을 포함해 국민연금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방안이 2가지 새로 포함됐다. “국민 절반이 현행 유지를 원했다”는 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설명한 이유다.

이를 두고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개혁은 사실상 포기한 채 노후 소득 보장에 무게중심을 더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지급보장은 명문화하기로 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개혁은 미뤄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내놓았다. 4가지 안 중 1안은 보험료율을 9%로 하고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도록 돼 있는 현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2안은 국민연금 체계는 1안처럼 현행 유지를 하되 기초연금액을 2022년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 방화방안이다. 3안과 4안은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으로 소득대체율을 각각 45%와 50%로 올리고 보험료율도 2021년부터 5년마다 1%포인트씩 올려 각각 12%, 13%까지 올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4가지 방안은 국민연금만 놓고 보면 사실상 ‘현행 유지’ 또는 ‘보장성 소폭 강화’ 중에 택일하는 것이어서 연금 개혁의 후퇴나 사실상 포기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제도 개선 방안으로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긴 반면, 국민연금의 장기재정 안정을 도모할 방안은 아예 제외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연금 전문가들이 모인 제도발전위원회가 지난 8월 제시한 방안이나 복지부가 지난달 7일 대통령에 보고했던 안에는 모두 소득대체율은 낮추고 보험료율은 올려 재정안정에 중점을 둔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빠졌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포함돼 주목을 받는 2안의 경우 국민연금 고갈은 그대로 방치하면서 기초연금을 높여 세금 부담만 대폭 늘리는 것이어서, 미래세대 부담은 전혀 고려치 않은 ‘덜 내고 더 받는’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장기 재정균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안을 제출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번에 발표한 네 가지 안에는 모두 재정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현행 국민연금 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김도형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가들이 장기간 논의해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내놓은 안을 갑자기 폐기하고 현행 유지나 소폭의 보장성 강화 정도에 지나지 않는 안으로 후퇴하게 된 과정이 투명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경제성장률, 출산률, 운용수익률 등 장기전망 시에 사용되는 변수는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너무나 큰데 그것을 기준으로 고갈 시점이 몇년 당겨졌으니 보험료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평가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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