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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마텔 인수 후 실적 뒷걸음질… 초이락과 합병 가능성 꾸준히 제기

입력
2018.12.16 15:00
수정
2018.12.16 22:5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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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 회사 ‘손오공’

주력 제품 ‘터닝메카드’ 지재권은

최신규 전 회장 일가 소유로 남아

납품받아 유통하는 회사에 불과

유통계약 변경 등 수익개선 노력

“양사의 갈라서기 본격화” 해석 속

최 전 회장의 향후 행보 주목

손오공 유통망을 통해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마텔사의 바비인형. 손오공 제공
손오공 유통망을 통해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마텔사의 바비인형. 손오공 제공

2016년 10월 국내대표 완구 회사 ‘손오공’의 주가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했다. 글로벌 완구회사인 마텔이 손오공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장내에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손오공 주식 사기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손오공은 최대 주주인 최신규 손오공 회장이 보유한 주식 16.93% 중 11.99%를 139억원에 마텔에 매각하고 최대 주주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공시했다. 마텔의 손오공 인수가 명확해진 뒤 손오공 주가는 40% 이상 오르며 상장 후 최대치인 9,46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 2개월이 지난 지금 손오공의 주가는 당시보다 70% 이상 떨어진 2,500원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마텔에 인수되기 전 손오공 주가보다 못한 수준이다. 손오공의 최대 주주는 지금도 마텔이지만 투자자들은 손오공의 회사 가치를 2년 전과 180도 다르게 평가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진 것은 마텔 인수 후 손오공의 실적이 지속해서 악화했기 때문이다. 2015년 1,191억원이던 손오공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98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9억원에서 지난해 13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마텔은 손오공 인수 후 손오공 판매망에 글로벌 히트작인 △토마스와 친구들 △바비인형 시리즈 △옥토넛 등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텔사의 완구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손오공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이유를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손오공의 주력 제품인 ‘터닝메카드‘의 유통 경로와 판매율 추이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텔은 손오공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터닝메카드의 지식재산권(IP)은 인수하지 못했다. 현재 터닝메카드의 IP는 최신규 전 회장의 오너 일가가 이끄는 초이락컨탠츠팩토리(이하 초이락)가 보유하고 있다.

최신규 손오공 전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신규 손오공 전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손오공은 초이락으로부터 터닝메카드를 납품받아 이를 판매하는 유통회사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터닝메카드가 판매가 잘 될 때는 판매수수료 증가로 손오공 매출도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터닝메카드 인기가 예전만 못하면서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초이락으로부터 장난감 매입은 예전과 같은 규모로 하지만 제품 판매가 잘 안 되고, 이를 나중에 할인 판매하니 손실은 고스란히 손오공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마텔은 손오공 인수로 터닝메카드의 해외 판권을 확보하고 손오공 유통망을 통해 국내 시장에 쉽게 안착할 수 있는 이점을 얻었다. 하지만 손오공 실적이 지속해서 나빠지면서, 마텔이 핵심적 IP도 없는 장난감 유통회사 손오공을 너무 비싼 값에 인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마텔이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최 전 회장 측에게 손오공 주식을 다시 팔 수 있는 ‘풋옵션’ 계약 등을 맺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 향후 초이락과 손오공의 합병을 양사가 염두에 두고 일차적으로 동맹 관계를 맺은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오공 적자가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이를 줄이기 위한 양사의 노력도 시작됐다. 초이락과 손오공은 최근 유통계약을 변경하면서 양사가 나눠 내던 광고와 애프터서비스 비용을 초이락이 부담하기로 했다. 대신 국내 대형마트 중 이마트의 유통권은 초이락이 가져가기로 했다. 손오공 매출을 줄이더라도 수익성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조치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업계는 양사의 갈라서기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양 사의 합병 가능성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손오공 관계자는 “초이락과 손오공은 유통계약을 맺은 별도 회사”라며 “합병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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