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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찾는 해외 스타들 “한국서 뜨면 아시아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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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찾는 해외 스타들 “한국서 뜨면 아시아도 OK”

입력
2018.12.14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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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민배우로 불리는 뱅상 카셀은 ‘국가부도의 날’에서 IMF 총재 역을 맡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랑스 국민배우로 불리는 뱅상 카셀은 ‘국가부도의 날’에서 IMF 총재 역을 맡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때 이병헌과 배두나 같은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맹활약했다. 요즘엔 반대로 할리우드와 유럽에서 활동하는 유명 배우들을 한국 영화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영화의 위상이 해외 배우에게 동기 부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300만 관객을 돌파한 ‘국가부도의 날’에는 ‘라빠르망’ ‘블랙스완’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이 출연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에 굴욕적인 협상 조건을 제시하며 강하게 압박하는 IFM 총재 역이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김혜수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당시 IMF 총재가 프랑스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카셀은 지인을 통해 실제 인물에 대해 조사도 하고 왔다. 오효진 프로듀서는 “IMF 사태가 지금 한국 사회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배우가 특별한 흥미를 보였다”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경험해 보고 싶은 도전심도 주요 출연 이유였다”고 말했다. 카셀은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물론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까지 섭렵했을 정도로 한국 영화에 남다른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PMC: 더 벙커’에 출연한 영국 배우 제니퍼 엘. CJ엔터테인먼트 제공
‘PMC: 더 벙커’에 출연한 영국 배우 제니퍼 엘. CJ엔터테인먼트 제공
‘PMC: 더 벙커’에 미국 배우 케빈 두런드. CJ엔터테인먼트 제공
‘PMC: 더 벙커’에 미국 배우 케빈 두런드. CJ엔터테인먼트 제공

‘PMC: 더 벙커’(26일 개봉)는 판문점 지하벙커에서 비밀작전을 펼치는 글로벌 군사기업을 다룬 만큼 해외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했다. 주조연 배우 15명 중 하정우와 이선균만 한국 배우다. 미국중앙정보국(CIA) 팀장 역을 맡은 제니퍼 엘은 1995년 방영된 영국 BBC 인기드라마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영국 배우. ‘리얼 스틸’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케빈 두런드, ‘쿨 러닝’으로 친숙한 마릭 요바도 눈길을 끈다. 제작사 퍼펙트스톰필름 강명찬 대표는 “미국 에이전시를 통해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배우들이 ‘추격자’와 ‘아가씨’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하정우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출연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내년 초 촬영을 시작하는 ‘장사리 9.15’에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메간 폭스가 출연한다. 한국 전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려 여성 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종군기자 마가렛 히긴스 역이다. 2016년 ‘인천상륙작전’에서 맥아더 장군을 연기한 영국 배우 리암 니슨, 지난해 ‘택시운전사’에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한 기자 힌츠페터 역을 맡은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처럼, 한국 현대사에 영향을 미친 서구권 실존 인물에 대한 호기심도 해외 배우들이 한국 영화로 향하는 주요 이유다.

영화 ‘스윙키즈’는 브로드웨이 유명 댄서 자레드 그라임스의 영화 데뷔작이다. NEW 제공
영화 ‘스윙키즈’는 브로드웨이 유명 댄서 자레드 그라임스의 영화 데뷔작이다. NEW 제공

이들은 단순히 화제성을 노린 특별 출연이 아니라 극의 흐름을 주도하며 영화의 한 축을 책임진다. 배우 자레드 그라임스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댄스단의 이야기를 그린 ‘스윙키즈’(19일 개봉)에서 도경수와 함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라임스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 헌정 공연 무대에 서고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와도 협업한 실력파 브로드웨이 댄서다. 영화에 임하는 자세도 매우 진지했다. 제작사 안나푸르나필름 이안나 대표는 “그라임스가 뒷모습만 나오는 엔딩 장면 하나만을 위해서 자청해 한국까지 건너오기도 했다”며 “촬영장에서도 동료 배우들에게 춤 동작을 알려주면서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두드러진 해외 배우의 활약은 한국 영화의 힘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이제는 해외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건네며 한국 영화를 소개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다. 캐스팅도 과거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강명찬 대표는 “한국에서 성공하면 아시아에서도 인지도가 올라가고 시장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할리우드 배우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해외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 시장에 남다른 신뢰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주제에도 제약이 사라지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영화를 기획할 때 외국인 캐릭터를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해외 배우 캐스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일도 많았다. 오효진 프로듀서는 “한국 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충무로에도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쌓이면서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로 인해 더욱 다양해진 형식과 주제는 한국 영화의 세계 시장 진출을 견인하는 동력이 되면서 선순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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