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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8%의 저주’를 푸는 마법

입력
2018.12.14 17: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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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청와대 국민 게시판에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7,530원)으로 책정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한 달 만에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최저임금 인상이 과도하다고 따지려면 먼저 저임금의 실상을 체험하라는 이유에서다. 개헌안 등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대립으로 국회 가 놀고먹던 3월엔 “일한 날과 시간을 엄밀히 계산해 세비를 지급하라”는 청원이 제출돼 며칠 만에 30만명의 서명을 이끌어 냈다. 모두 답변조건인 20만명을 넘겼지만 청와대는 “세비는 ‘국회의원의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 세비가 또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셀프 인상’ 논란이다. 여야가 새해 예산을 놓고 보이콧 등 온갖 소동을 벌이더니, 법정처리 시한을 넘기자 기다렸다는 듯 밀실에서 혈세를 나눠 먹기하는 것도 모자라 자기 주머니까지 채운 까닭이다. 인상률을 14.3%(2,000만원)라고 잘못 계산한 첫 보도로 인해 충격과 반향이 더 컸다. 이 오보는 국회의원 급여 항목이 수당ㆍ활동비ㆍ의정활동경비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된 것에서 비롯됐지만 여야가 인상 사실을 쉬쉬한 탓도 크다. ‘제발 저린’ 도둑 심보가 사태를 악화시킨 셈이다.

▦ 국회사무처가 부랴부랴 내놓은 해명도 약발이 없었다. 사실 내년 의원 수당은 올해 1억290만원에 공무원보수인상률 1.8%를 적용한 1억472만원으로 182만원 늘어난다. 관계법령에 따른 추가 지급되는 활동비 4,704만원은 전년과 같다. 이밖에 사무실운영비 등 의정활동 경비로 9,000여만원이 지급되지만 이 항목은 개인 수입과는 별개다. 결국 수당만 보면 1.8%, 활동비를 포함하면 1.2% 인상에 그친다. 하지만 이런 설명도 한번 성난 민심을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이다. 해명보다 오보를 믿고 싶은 사람이 더 많으니 말이다.

▦ 유탄은 엉뚱하게 최종 예산심의에서 소외된 야 3당이 맞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며 세비까지 손댈 때 3당 대표는 단식과 시위를 불사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셀프 세비인상 의혹이 불거져 연동제 도입의 현실적 필요조건인 의원 증원을 입에 올리기 민망하게 됐다. 세비 인상률 1.8%는 리얼미터가 실시한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조사에서 국회의 얻은 최하위 점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1.8%의 저주’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이 저주를 푸는 마법은 ‘기득권 동맹’을 깨는 것이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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