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의 핵심 'CMOS 이미지센서'

화소들이 받아들인 빛만큼
제각각의 전압이 발생하며
화소별로 밝게, 어둡게 표현돼
화소들이 합쳐 하나의 이미지로
일부 DSLR 카메라에 사용되는
CCD 이미지센서보다 가볍고 싸
초고속 촬영이 가능한 D램 적층형 CMOS 이미지센서 구조. 맨 위가 센서이고 가운데가 ISP, 아래가 D램이다. 삼성전자 제공

19세기 말 카메라 대중화 시대가 열리며 카메라는 가장 강력한 역사의 기록자로 부상했다.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을 증명하는데 카메라만큼 명확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인류 역사에 일찍이 없었다. 카메라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삶의 아름다움, 개인의 추억까지 오롯이 담아내는 놀라운 마법을 선물했다.

20세기 말 등장한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을 밀어내며 카메라의 활용 영역을 더욱 넓혔지만 비싼 가격과 휴대의 불편함 등으로 모든 이가 하나씩 소유하기는 어려웠다. 피처폰에 탑재된 카메라는 조악한 성능으로 디지털카메라의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휴대폰의 카메라가 웬만한 디지털카메라 부럽지 않게 된 것은 10여 년 전 출시된 스마트폰부터다. 스마트폰은 ‘1인 1 카메라 시대’를 창출했다. 이 같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끈 일등 공신은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다.

◇빛을 디지털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약자로 ‘CIS’인 CMOS 이미지센서는 이름 그대로 반도체의 한 종류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필름에 촬상(撮像)되는 것처럼 CMOS 이미지센서는 빛의 기본 입자인 광자(포톤) 양을 측정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디지털카메라의 필름’이다. CMOS 이미지센서 화소(픽셀)마다 들어가 있는 포토다이오드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빛이 다이오드에 닿으면 양공(陽空ㆍ원자에서 전자가 빠져 생긴 구멍)이 생겨 전류가 흐르고 전압이 발생한다. 전압의 크기는 빛의 양과 비례한다.

가령 1,000만 픽셀 카메라라면 이미지센서도 1,000만개의 픽셀들이 받아들인 빛만큼 제각각의 전압이 생긴다. 픽셀 별로 포톤이 많이 들어오면 밝게, 적으면 어둡게 표현된다. 이런 픽셀들이 모두 합쳐지면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원리만 보면 이미지센서는 수광(受光)소자로, 디지털신호를 빛으로 표현하는 디스플레이와 정반대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이미지신호처리장치(ISP)는 후처리 부품이다. 처리속도를 높이는 D램의 조력을 받아 이미지센서가 조합한 디지털신호를 종합한다. ISP를 거친 이미지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고 메모리에도 저장된다.

디지털카메라에는 렌즈와 이미지센서, ISP가 모두 필요하지만 핵심은 이미지센서다. 센서의 크기는 물론 픽셀 개수와 각각의 크기, 수광률(빛을 받아들이는 정도) 등이 최종 이미지의 품질을 좌우한다. 원본(이미지센서)이 나쁘면, 아무리 가공(ISP)을 잘해도 높은 품질을 얻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CMOS 이미지센서는 1960년대 개발됐지만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진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이전까지는 미세한 픽셀 구조를 구현할 정도의 반도체 기술이 받쳐주지 못했다.

CMOS 이미지센서 전에는 전하결합소자(CCD) 이미지센서가 전성기를 누렸다. 1975년 개발된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부터 현재까지 일부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에 적용되는 CCD 이미지센서는 전압이 아닌 전자 형태의 신호를 직접 전송한다. 전압 변환 단계가 없어 불필요한 신호(노이즈)가 적다. 이미지의 품질이 우수한 게 장점이지만 반도체 제조공정이 아닌 아날로그 제조공정으로 생산돼 가격이 비싸다. CMOS 이미지센서처럼 경량화가 어렵고 전력을 많이 소비해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CMOS 이미지센서가 범용성이 높다면 CCD 이미지센서는 고품질이 필요한 특화된 영역으로 활용범위가 축소되며 쇠퇴했다. 글로벌 이미지센서 점유율 1위 소니는 2015년 초 CMOS 방식으로 이미지센서를 일원화했고, 2위 삼성전자도 CMOS 이미지센서만 만든다.

◇CMOS 이미지센서 전성시대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4,000만 화소 카메라까지 탑재되고 있다. CMOS 이미지센서 픽셀도 4,000만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센서 크기에는 제약이 있는데 픽셀 개수를 늘리게 되면 픽셀 사이 빛의 간섭현상으로 노이즈가 발생하게 된다.

픽셀 크기가 작아지면 빛을 흡수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간섭을 없애고 수광율을 높이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은 아이소셀(ISOCELL)과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 등으로 진화했다.

후면조사형(맨 왼쪽)과 메탈 재질 벽으로 셀을 구분한 아이소셀(가운데) 이미지센서. 오른쪽은 벽의 재질을 신소재로 업그레이드한 아이소셀 플러스. 삼성전자 제공

’격리하다(isolate)'와 ‘세포(cell)’를 합친 아이소셀은 미세해진 픽셀 간 간섭현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아이소셀이란 이미지센서 브랜드까지 론칭했다.

아이소셀은 픽셀 각각의 테두리에 물리적인 벽을 세워 한번 들어온 빛이 밖으로 새나가지 못하게 막는 게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 픽셀 간 벽 소재를 금속에서 후지필름의 신소재로 대체한 ‘아이소셀 플러스’도 선보였다. “카메라 감도를 최대 15% 향상했고 광 손실을 줄여 어두운 곳에서 더 선명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듀얼 픽셀은 이미지센서 각각의 픽셀에 포토다이오드를 한 개씩 더 추가한 기술이다. 두 개의 포토다이오드가 더 강한 디지털신호를 만들어낸다. 웬만한 프리미엄 디지털카메라에는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가 적용된다.

하나의 픽셀에 두 개의 포토다이오드가 들어간 듀얼 픽셀 CMOS 이미지센서. 삼성전자 제공

D램 적층 이미지센서는 지난해 소니가 처음 선보인 새로운 센서다. 이미지센서 안에 D램이 들어가 초당 960프레임 수준의 대량 이미지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졌다.

올해 초 삼성 갤럭시S9에 탑재된 초고속카메라 ‘슈퍼 슬로우 모션’도 D램 적층 이미지 센서가 있어 가능했다. 삼성은 센서+ISP+D램인데, 소니는 센서+D램+ISP 형태로 적층 구조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얼 카메라나 트리플 카메라처럼 복수의 렌즈가 적용된 스마트폰 카메라도 CMOS 이미지센서 덕분이다. 렌즈 숫자에 따라 같은 개수의 이미지센서가 필요하다. 트리플 카메라의 경우 이미지센서도 광학줌ㆍ초광각ㆍ고해상도 등 카메라의 특성에 맞게 설정돼 있다.

각각의 이미지센서들이 보낸 디지털신호는 AP에서 종합돼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로 탄생하게 된다. 디지털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삼성전기 관계자는 “듀얼 카메라에 렌즈 하나를 추가하는 트리플 카메라의 경우 제조사의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지센서 두 개가 포함된 듀얼 카메라 모듈. 삼성전기 제공
◇사람의 눈은 최강의 카메라

증강현실(AR)이 향후 스마트폰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르며 CMOS 이미지센서의 활용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면 듀얼 카메라와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적용한 스마트폰(LG V40 씽큐)과 후면 쿼드 카메라폰(삼성 갤럭시A9)이 이미 등장했는데, 전면과 후면에 각각 3차원(D) 센싱용 송신 모듈과 적외선 카메라까지 장착한 카메라가 나올 날도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CCD 이미지센서나 필름이 완전히 멸종할 일은 없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계속 발전해도 수광 면적이나 고속촬영 등을 위해 DSLR의 필요성 역시 지속할 것이다. 필름이 귀해진 지금도 애초에 해상도란 게 없는 필름 카메라로만 촬영하는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은 존재한다.

인간의 눈을 해상도로 따지면 약 1억2,000만 픽셀이다. 눈의 망막세포는 이미지센서처럼 빛을 흡수해 뇌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카메라 픽셀 개수가 점점 늘어나 언젠가는 사람의 눈에 가까워지고 그에 맞는 이미지센서가 개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지센서가 모사하는 사람의 눈을 뛰어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SK하이닉스 CIS 제품개발팀 양윤희 프로젝트 리더는 “이미지센서는 사람의 눈처럼 한 장면에서 밝고 어두운 것을 동시에 표현하지 못한다”며 “화소 개수뿐 아니라 각각의 픽셀 성능을 따져도 사람의 눈을 따라가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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