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은 아더 존 패터슨의 사건 당시 현장 검증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태원 살인’ 사건 유족들이 진범과 공범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 김동진)는 13일 이태원 살인 사건 피해자 고 조중필씨 어머니 이복수씨 등 유족 5명이 진범 아더 존 패터슨(39)과 공범 에드워드 리(39)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의 살해 관련 손해배상 청구는 각하, 패터슨의 도주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앞서 유족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해 판결이 확정된 이상, 추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기판력)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씨 유족은 사건 직후 리와 그 아버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형사재판 무죄가 확정되면서 패소했다. 이후 2000년 패터슨과 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유족 측은 “새로이 밝혀진 실체 관계와 도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물어달라”는 입장이다.

선고 직후 조씨 어머니 이복수씨는 기자들 앞에서 “이게 법이냐, 대한민국에는 법도 없다”고 울먹였다. 이씨는 “사건 이후 9개월간 매일 검사한테 찾아가고 탄원서를 쓰면서 소재 파악을 요청했지만, 언론에서 이슈가 되기 전에는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망간 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너무 분해서 가슴이 떨리고 말도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미국 사람은 한국 사람 죽여도 처벌 안받는다며 단념하라고들 했지만, 분해 가지고 집을 팔아가며 쫓아다녔다”며 “국가는 손해배상 소송 항소를 취하하고 배상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태원 살인 사건은 1997년 4월 3일 피해자 조씨가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현장에 있던 2명 중 리만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만 기소했다. 이후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고, 패터슨은 미국에서 체포돼 2015년 9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패터슨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조씨 유족은 “검찰의 늑장 대응으로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늦어졌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7월 1심에서 3억6,000만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았다. 국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19일 항소심 최종변론이 있을 예정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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