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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문재인 정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입력
2018.12.14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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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두려운 이유는 수천만의 항쟁조차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을 낳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했던 반공주의, 지역주의, 선 성장 후 분배의 종언을 알리는 공식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반공ㆍ반북주의를 해체하는 과정이라면 6ㆍ13 지방선거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공고화된 지역주의를 해체하는 과정이었다. 반공주의의 해체는 시민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정의와 평등을 외치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을 빨갱이로 몰아세울 근거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주의의 해체는 출신지역과 거주지역이 보통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득권자들의 정치놀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가진 자들의 배만 불리는 ‘선 성장 후 분배’라는 낡은 패러다임이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박정희 신화의 계승자를 자처했던 보수정부 9년 동안 성장률은 계속 낮아져 2%대로 주저앉았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자의 삶은 더 어려워졌고,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으니 국민 대다수는 열심히 일할 동기를 잃었다.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상상하기도 싫은 가장 끔찍한 악몽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촛불 시민항쟁으로 병 속에 갇힌 선 성장 후 분배, 반공주의, 지역주의라는 악령들이 다시 병 밖으로 풀려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71.6%로 출발했던 대통령 지지율은 12월 현재 50.0%로 낮아졌다. 물론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개혁을 하다 보면 기득권 집단이 반발할 수도 있고,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이 한국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개혁과정에서 나오는 진통이 아니라 개혁의 후퇴로 인해 깨어있는 시민의 정치적 이반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지금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자유한국당과 한편이 된 것 같다. 평범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재벌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체제 때문이라는 것이 분명한데도 또다시 재벌 대기업의 투자에 의존해 민생의 위기를 넘기려는 것 같다.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문제 등에서 보듯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정부 여당 간의 갈등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지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답방조차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정치적 쇼로 치부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깨어있는 시민들을 다시 결집시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모두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해방 이후 지속된 구조적 적폐를 일소하는 일은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을 유발할 수밖에 없고,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조차 개혁에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는 유일한 길은 담대한 개혁을 실천하며 촛불시민을 다시 결집시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공언한 분배와 성장이 어우러지는 포용국가라는 담대한 개혁을 실천하라. 다시 반공주의, 지역주의, 선 성장 후 분배가 판치는 사회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지금은 가시밭길이겠지만 개혁에 성공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모두를 위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과 역사의 평가를 믿어라.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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