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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우울증에 빠진 美 베이비붐 세대... 의료비용 늘어나며 경제 부담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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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우울증에 빠진 美 베이비붐 세대... 의료비용 늘어나며 경제 부담 증폭

입력
2018.12.12 17:29
수정
2018.12.12 19: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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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인세대의 이동성이 저하된 문제를 지적한 관련 보고서 표지. Transportation for America.
미국 노인세대의 이동성이 저하된 문제를 지적한 관련 보고서 표지. Transportation for America.

화학공장 감독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대니 마이너(66)씨는 미국 유타주 투엘의 침침한 아파트에 홀로 산다. 그를 반기는 건 TV에서 흘러나오는 철 지난 서부영화뿐이다. 전화벨은 언제 울렸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다섯 번 결혼해 세 차례 이혼했고 두 명의 부인은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 그나마 집밖으로 나가 얼굴을 내밀던 교회 예배나 해병대 전우모임 참석도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는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은퇴 후의 삶이 이럴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우울하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노년계층이 외롭게 늙어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나 미국의 부흥기를 이끌며 거침없는 젊은 시절을 보냈던 베이비붐 세대(1946~64년 출생)가 노년기를 맞아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사회와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50세 이상 미국인 11명 가운데 1명은 배우자나 친구, 자녀, 친척 없이 홀로 살아간다. 전체 인구로는 800만 명에 달한다. 더구나 그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외로움 그 자체는 병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질병 못지 않게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전문통계에 따르면 혼자 사는 것 자체만으로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거나 6잔의 술을 마시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수명이 줄어든다. 함께 사는 경우에 비해 우울증, 인식능력 저하, 치매의 위험은 높아지는 반면 혈압과 면역력은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들을 간병할 의료비용이 늘고 그만큼 정부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 또한 증가한다.

지난해 하버드대와 스탠포드대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미국 노인들의 의료비가 연간 67억달러(약 7조5,600억원)에 달했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청의 도널드 버윅 전 센터장은 “사회와의 단절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취약계층의 건강문제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외로움부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은 올해 초 사상 초유의 ‘외로움 담당 장관’직을 신설해 적극 대응에 나설 정도다.

풍요의 상징이던 베이비붐 세대가 열악한 환경에 처한 건 개성은 강하고 자식은 적게 낳으면서 이혼이 만연해 이전 세대에 비해 홀로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늘어난 탓이다. 이들의 4분의1은 이혼한 뒤에도 재혼하지 않고, 6분의1은 가족 없이 홀로 살고 있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평소 외로움을 느낀다’는 답변이 베이비붐 세대는 8.3%로 집계돼 앞선 침묵 세대(1946년 이전 출생)의 7.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외로운 세대다.

여성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기대수명이 늘어 남성보다 평균 5년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 경험이 적어 벌이가 신통치 않다 보니 혼자 살면서도 생활은 늘 빠듯하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사는 카렌 슈나이더(69)는 “나이가 들고 혼자가 되면서 친구들조차 떨어져나갔다”며 “삶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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