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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로 사랑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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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로 사랑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해요”

입력
2018.12.12 23:13
수정
2018.12.1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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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간의 기적’으로 건강한 빵 만드는 배재현 파티쉐를 칭찬합니다

배재현(47.만촌동)파티쉐가 7일간의 발효로 만든 소화가 잘 되는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배재현(47.만촌동)파티쉐가 7일간의 발효로 만든 소화가 잘 되는 빵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카페형 빵집 르배베이커리.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카페형 빵집 르배베이커리.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배재현(47ㆍ만촌동)씨는 파티쉐다. 일찌감치 베이커리 기능장이 되었다. 기능장은 한 분야에서 15년의 경력을 쌓아야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배씨는 2004년, 34세에 베이커리 기능장이 되었다. 배 씨의 특기인 초콜릿을 녹여 만든 초콜릿 대형공예는 세계가 인정한 기술이다. 배 씨의 손길이 지나가면 케이크는 명품을 입는다.

배씨는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월드페스트리컵대회에서 베스트초콜릿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세계의 셰프들이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경쟁하는 권위있는 대회다. 이 대회에 나가기 위해 배씨는 2015년 국가대표선발대회에서 1등상을 수상했고 아시아 대륙예선전에도 무난히 통과했다. 전 세계에서 선별된 선수 66명이 참가했다. 대회를 치르는 10시간 동안 관객도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참가만으로도 명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고 수상하면 단번에 스타셰프로 도약할 수 있는 대회다.

국가 단체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배씨는 상의 끝판왕이라로 할 수 있는 개인 베스트아트상을거머쥐었다.

세계적인 셰프가 만든 케이크는 매달 그가 후원하는 후원단체의 생일파티에 보내진다. 18년 전 대구 북구 복현동에 처음 빵집을 열었다. 그때부터 인근 희망의 집과 청광보육원에 케이크와 빵을 후원했다.

“보육원 아이들이 초코파이를 쌓아서 생일잔치를 하는 걸 봤어요. 저도 가난한 빵집주인이었지만 내가 만든 케이크가 누군가의 탄생을 축하하는 매체가 된다는 데 기쁨과 긍지를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빵으로 재능기부를 시작했습니다.”

북구 가정복지관에는 6년간 단체 생일케이크로 지름 40cm정도의 쟁반만한 케이크를 제작해서 보냈다. 2년 전부터는 대구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중ㆍ동구 지부에 매장 판매용과 똑같은 케이크로 생일파티를 도와준다.

2007년 지금의 자리에 카페형 빵집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탓에 기술은 경륜이 되었고 고생은 시각을 넓혔다. 그 덕에 아주 특별한 주문을 받기도 했다.

“어느 날 손님께서 ‘다른 빵집과 빵맛이 다른 것 같다’면서 아토피환자들이 먹을 수 있는 호밀 빵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100% 유럽식으로 어떤 첨가물도 없이 천연효모만으로 빵을 만들었습니다. 시큼한 맛이 났지요. 아토피환자들이 몇 달 간 먹어본 후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그때부터(2001년) 확신을 갖고 천연효모를 베이스로 건강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큼한 맛을 잡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고전적인 방식과 연구를 거듭해서 독창적인 방법을 접목했다. 밀가루 끈기의 힘을 빼고 부드럽고 만들기 위해 과일을 4일간 발효시키고, 3일간 밀가루를 첨가해서 밀가루를 덩어리째로 발효시켰다. 7일간 발효 종을 띄운 밀가루는 시큼한 냄새도 사라지고 반죽이 부드러워진다. 모양을 내기 좋게 확 부풀진 않지만 위에서 빨리 소화된다. ‘7일간의 기적’으로 착한 밀가루를 만든 것이다. 배씨가 만든 빵이 고객들에게 인기가 있고 남다른 이유다.

“18년 동안 빵을 만들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해봤습니다. 카페형 베이커리 매장도 너무 빨랐습니다. 모든 것이 남들보다 너무 일찍 가서 문제였습니다. 초장에 고생도 바가지로 했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빵집을 열었을 때 하루 종일 사람이 100명 지나갈 정도로 한산했는데 요즘 손님들 덕분에 도로가 유명해졌습니다. 이제 하루 1,000명이 다닐 정도니까요.”

현재 주말이면 4~500만 원 정도의 매상이 오른다. 본점 외 8개의 지점이 성업 중이다. 작년 11월에는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올해 5월에는 8층에도 매장을 냈다. 셰프에서 사업가로 변신 중이다. 그러나 배씨는 늘 주방에 있고 직접 빵을 굽는다. 한번도 주방을 벗어난 적이 없다.

배씨는 17살부터 빵집에서 일했다. 삼촌이 하는 빵집에 일 도우러 갔다가 빵집을 하면 잘 살 수 있겠다 싶어서 눌러앉았다. 주방장이 “싹수가 있다. 큰물로 가라”면서 부산에 있는 빵공장을 소개했다. 당시 부산은 일본의 선진 빵기술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으로 서울보다 기술이 앞서갔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하며 남몰래 기술을 습득했다. 기술이 좋다는 곳을 찾아다니며 많은 노하우를 축적했다. 그렇게 10대, 20대를 보냈다. 정규과정을 거친 것도, 유학파도 아니지만 독학으로 자신만의 빵을 만들고 기술을 인정받았다.

현재 베이커리기능장협회 조직분과위원장, 대한제과협회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14년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상을 받았으며 2017년 나눔과 봉사분야 대구시장 표창장을 받았다.

“앞으로 달달하지 않은 식사 빵을 전문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다른 곳에는 없는 나만의 빵을 만들겠습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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