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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일하다 숨진 또 다른 비정규직 청년...SNS 추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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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일하다 숨진 또 다른 비정규직 청년...SNS 추모 물결

입력
2018.12.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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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사망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씨. SNS 캡처
11일 새벽 사망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씨. SNS 캡처

‘나 김00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안전모와 방진마스크를 쓴 채 피켓을 들었던 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청년이 지난 11일 새벽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기계를 멈춰줄 동료 없이 홀로 근무하다 사망한 청년의 사연은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사망한 ‘김군’의 죽음을 연상시킨다. 동료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죽음을 애도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프로필 사진용 배너도 등장했다.

사망한 김모(24)씨는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대통령,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만납시다’ 기자회견 참가 신청을 위해 일터에서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날 야간 근무에 투입됐다가 회견 당일 새벽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씨는 입사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였다. 김씨는 9월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해 ‘1년 계약직’, ‘하청업체’ 소속으로 이중의 비정규직이었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던 청년이었다. 10일 야간 근무조로 출근한 김씨는 11일 오전 3시 30분쯤 석탄 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인 상태로 동료에게 발견됐다. 노동당국의 현장 조사 결과, 사고 당시 2인1조로 근무하도록 한 내부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 12일자 기사 참고)

위험한 컨베이어 벨트 점검 업무를 홀로 담당하다 숨진 김씨의 사연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숨진 김모(당시 19세)군 사건과 닮았다.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승강장에서 홀로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김군은 열차에 치어 숨졌다. 2인1조로 근무 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2인1조 작업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묵인하고 방치한 정비용역업체와 서울메트로 전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김씨 추모 배너. 전국공공운수노조 페이스북 캡처
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김씨 추모 배너. 전국공공운수노조 페이스북 캡처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김씨에 대한 애도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김씨 사진은 “이 피켓을 들었던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함께 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SNS 이용자들은 ‘태안화력 고 김00님 추모’라는 문구와 조화가 함께 그려진 프로필 사진용 배너를 공유하면서 김씨를 애도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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