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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여성 경매 피해자 분노 “마치 소유물처럼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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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여성 경매 피해자 분노 “마치 소유물처럼 취급”

입력
2018.12.12 11:17
수정
2018.12.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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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고 있는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 포스터
논란이 되고 있는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 포스터

대학생 동아리에서 남성들이 여성 회원들을 경매에 부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외모 평가와 함께 성 관계 맺고 싶은 여성 순위까지 매기기도 했다. 남성 회원들만 참여한 이 경매를 그들은 “전통”이라고 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1969년 창립한 대학생 연합 요들 동아리 ‘알핀로제’다. 알핀로제 경매 피해자 연대에 따르면 올해 8월 남성 회원들은 단체 카톡방을 통해 사전에 약속하고, 서울의 한 룸 술집에서 여성 회원 8명을 경매에 올렸다. 여성들의 이름을 스케치북에 적은 후 남성들은 손을 들어 술잔을 걸었다. 여성을 낙찰 받으면 자신이 건 술잔을 모두 마셨다. 한 명도 낙찰 받지 못한 남성은 술 한 병을 한 번에 비워야 해 모두 참여해야 했다. 낙찰을 받으면 그 여성과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다른 여성과 사적인 대화를 하면 벌금을 내게 했다. 이 경매는 수년간 ‘전통’으로 이어졌다.

알핀로제 경매 피해자 연대의 성명서. 이들은 '누군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론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쳐
알핀로제 경매 피해자 연대의 성명서. 이들은 '누군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론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쳐

이 동아리의 여성 회원 A씨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낙찰 받은 여성을 마치 자신의 여자친구나 소유물처럼 취급했다”면서 “거의 매일 연습을 하면서 얼굴을 봤는데 배신감이 굉장히 컸다”고 호소했다. A씨는 경매 사실을 알고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외모 평가만 한 줄 알았는데 ‘자고 싶은 여성’ 투표까지 했던 것이다.

여성 회원 B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년 반을 이 동아리에 모두 쏟았다. 그토록 사랑하던 그 곳에서 친하다 믿었던 동기들과 오빠들 사이에서 술 몇 잔에 팔렸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잠을 제대로 이룬 적이 없다. 그런 당신들을 소중하다고 느꼈던 나 자신조차 환멸이 나 견딜 수 없다’고 썼다.

피해 여성들은 알핀로제 경매 피해자 연대를 결성하고 10일 성명을 냈다. 이들은 “피해자 모두는 가해자와 계속 함께 할 수 없기에 이 동아리를 나가지만 누군가 어떠한 정보도 없이 이 동아리에 들어와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공론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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