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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부 “내겐 돈보다 더 의미 있는 도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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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부 “내겐 돈보다 더 의미 있는 도전이 남았다”

입력
2018.12.12 0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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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감독’…경남FC에서 꾸는 더 높은 꿈

12월 3일 프로축구 시상식에 참석한 김종부 감독. 올해 경남FC의 돌풍을 주도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선수 시절 ‘스카우트 파동’으로 겪은 상처를 지도자로 재도약하며 치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12월 3일 프로축구 시상식에 참석한 김종부 감독. 올해 경남FC의 돌풍을 주도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선수 시절 ‘스카우트 파동’으로 겪은 상처를 지도자로 재도약하며 치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3일 열린 프로축구 시상식에서 K리그1(1부) ‘올해의 감독상’은 전북 현대의 6번째 우승을 이끈 최강희(59) 감독에게 돌아 갔다. 최 감독의 수상 자격은 충분하지만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감독상’이 있다면 주인공은 단연 김종부(53) 경남FC 감독이었을 것이다.

감독상은 각 구단 감독(30%)-주장(30%)-기자단(40%) 투표를 합산해 결정한다. 1부 리그 감독, 주장은 각각 12명이지만 기자 숫자는 100명이 넘으니 감독, 주장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기자 122명 중 74명은 김 감독을 찍었지만 감독 12명 중 7명은 최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주장들의 선택(최강희4 김종부3)은 비슷했다. 결국 감독들의 선택이 수상자의 향방을 가른 셈이다.

최강희(오른쪽) 감독의 전북 고별경기 때 직접 꽃다발을 건네고 있는 김종부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강희(오른쪽) 감독의 전북 고별경기 때 직접 꽃다발을 건네고 있는 김종부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김종부 감독은 ‘올해의 감독’으로 손색 없는 지도력을 선보였다. 김 감독은 3년 전 심판 매수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고향 팀 경남 지휘봉을 잡은 뒤 작년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해 1부로 올라왔다. 이어 승격 첫 해인 올해 2위를 차지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건 김 감독의 굴곡진 인생 스토리다.

그에게는 ‘스카우트 파동’ ‘비운의 스타’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프로축구 초창기 각종 비사(祕史)를 담은 책 ‘프로축구 2920’에는 1986년부터 22개월 간 이어진 ‘김종부 스카우트 파동’의 생생한 전말이 녹아 있다. ‘김종부 파동’은 업계 라이벌인 현대와 대우가 김종부를 놓고 벌인 단순한 스카우트 싸움이 아니다. 현대의 팀 해체, 당시 축구협회장의 퇴진 운동으로까지 이어진 한국 축구를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스카우트 파동으로 22개월 간 무적 신세였던 김종부.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카우트 파동으로 22개월 간 무적 신세였던 김종부.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부의 재기를 반겼던 축구 팬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부의 재기를 반겼던 축구 팬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주역으로 차범근-최순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공격수로 각광받던 김종부 감독은 1986년 3월 현대와 가계약을 했다가 12일 만에 오랜 스승이 있는 대우로 가겠다고 폭탄선언을 해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결국 1988년 1월, 그가 현대도 대우도 아닌 포철에 입단하는 조건으로 길고 긴 파동이 끝났다. 김종부 감독은 포철에서 첫 시즌 도움왕에 올랐지만 이후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만 서른인 1995년 81경기 6골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다.

지난 3일 시상식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어릴 때 선택을 잘못했다. 현대를 포기하고 의리를 택해 스승을 따라가려고 했던 건데 결국 얻은 건 하나도 없었다”며 “내가 마치 한국 축구에 뭔가 큰 잘못을 한 죄인 같은 느낌으로 20년을 살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직 응어리가 남아있지만 지도자로 재도약하며 이제야 나도 한국 축구에 동참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픔을 조금씩 씻어내고 있다”고 했다.

김종부가 멕시코 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 통렬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종부가 멕시코 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 통렬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는 스카우트 파동으로 무적 신세였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해 불가리아와 2차전(1-1)에서 동점골을 넣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첫 승점(1점)을 만든 득점이지만 김 감독은 “경남에서 이룬 결과물이 월드컵에서 넣은 골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경남과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에게 중국 구단들은 20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뿌리치기 힘든 조건이지만 그는 경남에 남는 쪽에 무게를 두고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이다. 경남이 내년 아시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간다는 게 큰 동기부여다. 김 감독은 “‘선수 때 그렇게 당하고도 또 (의리 등을 따져) 경남에 남을 거냐. 무조건 중국으로 가라’고 말하는 지인들도 많다”고 웃으면서도 “돈보다 더 의미 있는 도전(챔스리그)이 내겐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구단의 적절한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일단 구단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김 감독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훨씬 더 큰 제안(중국의 러브콜)이 들어왔는데 (내 거취를 두고) 경남으로부터 연봉을 얼마 더 받기 위해 줄다리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분명한 건 더 큰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감독인 나와 코치들, 선수뿐 아니라 구단도 가져야 한다. 작년과 올해 성적을 냈으니 내년에도 또 어떻게 되겠지라고 구단이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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