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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소통, 완전한 소통

입력
2018.12.12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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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언어에 대해 두 차례 글을 쓴 적이 있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한 연초와, 올해 첫 남북 정상 회담이 개최된 직후이다. 그 이후 두 차례 더 남북 정상 회담이 있었고, 이제 북의 정상이 서울에 올 것인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남과 북이 직접 만나는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이 남북 언어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남북 정상이 통역 없이 자유로이 대화를 나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일부 단어나 표현이 달라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큰 틀에서는 소통에 문제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단어 하나, 표현 하나로 큰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작은’ 차이가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닐 수 있다.

남과 북을 오가며 연구 활동을 하는 한 교수는 남북 언어 차이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북에서는 날씨 예보에서 ‘오늘은 지자기의 날이니 유념하라’는 식의 말을 흔히 한다고 한다. 이는 ‘지구 자기의 날’이라는 뜻으로, 보통 이런 날은 몸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긴다 한다. 또 ‘맛스러운 음식’이라고 하면 얼핏 ‘맛있는 음식’을 뜻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북에서는 ‘맛이 없는 음식’을 뜻한다. ‘입지’, ‘매생이’는 남에서도 쓰는 말이지만 뜻이 완전히 다르다. ‘입지’는 ‘입 닦는 종이’ 곧 ‘냅킨’을 뜻하고, ‘매생이’는 ‘노를 저어 가는 배’라는 뜻이다. 문법이나 기본 어휘가 같기 때문에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해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완전한 남과 북의 소통을 원한다면 이러한 차이를 조사하고 공유하여 서로 다가가는 노력이 꼭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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