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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2,3세 경영수업 아이템 ‘패션’에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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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2,3세 경영수업 아이템 ‘패션’에 먹구름

입력
2018.12.10 17:38
수정
2018.12.11 09:3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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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2, 3세들의 경영 수업 과정 중 단골 아이템인 패션 사업이 장기 불황에 흔들리며 구조조정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삼성은 그룹 패션사업의 얼굴인 이서현 전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등은 주력인 패션보다 화장품ㆍ식품 등에 힘써 사업 범위를 넓히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퇴진하면서 국내 패션업계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서현 전 사장의 퇴진을 삼성의 패션 사업 축소 신호로 보는 시각이 늘면서, 국내 패션 업계 지형도에 변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전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후 16년간 패션업계에 몸담아왔다. 그는 경기 침체로 패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할 때도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출시하고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등 삼성의 패션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해 왔다. 삼성물산 패션사업부의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서현 전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한 삼성의 패션사업 투자는 계속될 거라는 게 업계 전반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서현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삼성이 패션사업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건설과 바이오,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움직임과 연결해 패션사업 철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서현의 대표 사업인 에잇세컨즈 중국 플래그십 매장을 지난 5월 철수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은 평소 다양한 사회 봉사활동을 펼쳐오는 등 삼성 복지재단의 사회공헌사업을 발전 시킬 적임자로 여겨져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됐다”며 “패션 사업부 매각 등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주 2, 3세가 패션사업을 이끄는 다른 대기업 계열사들은 사업 다각화로 패션 전문 회사 이미지를 희석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대표적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장녀 정유경 총괄 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 3년 전부터 패션 외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며 패션사업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매출은 아직 패션 사업이 90% 이상으로 절대적이지만 수익성 지표는 사업 다각화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느는 등 크게 개선됐다.

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인 구본걸 회장이 이끄는 LF도 사업 다각화로 패션업종의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LF는 식음료 사업과 방송, 화장품, 호텔 등 다양한 신사업 시도로 LG패션에서 이어져 온 패션전문회사 타이틀을 스스로 지우고 있다. 구본걸 회장은 지난 2006년 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뒤 2014년 사명을 LG패션에서 LF(Life in Future)로 바꾸며 “더 이상 의류회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패션 사업은 대기업 2, 3세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했다. 그룹 핵심 사업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부담이 덜한 데다, 사업 전망도 밝아 처음 회사 경영에 나서는 2, 3세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사업부였다. 하지만 패션 업황이 악화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패션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사업 비중을 줄이려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퇴임한 이웅렬 코오롱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전무가 패션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일선에 나선 것처럼 대기업도 상황이 모두 달라 패션업계 기피 현상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국내 대표 패션 회사를 이끌던 이서현 사장의 퇴임을 계기로 시작될 수 있는 패션 업계 전반의 재편 가능성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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