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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논란에 몸살 앓는 보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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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논란에 몸살 앓는 보험업계

입력
2018.12.11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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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내정자
그림 1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내정자

보험업계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빈 자리를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차지하며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정치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날 보험연수원장으로 내정된 정희수 전 의원에 대한 취업심사를 진행하고 승인했다. 국회 관계자는 “취업 과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심사가)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보험연수원은 지난달 30일 생명ㆍ손해보험협회장,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고 정 전 의원을 제17대 연수원장으로 선임했다. 국회의 취업 승인부터 받고 선임 절차를 밟는 통상적 절차와는 거꾸로 진행된 셈이다. 보험연수원은 보험회사와 관계단체 임직원의 자질 향상과 전문지식 보급 등을 위해 1965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보험교육 전문기관이다.

정 전 의원은 경북 영천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3선(17~19대 국회)을 지낸 중진 정치인이다. 19대 국회에선 기획재정위원장까지 지냈다. 한 때 ‘친박계 의원’으로 꼽혔지만 지난해 4월 대선을 앞두고 돌연 당적을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기면서 문재인 후보 캠프 통합정부자문위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그의 선임을 둘러싸고 업계에선 사실상 ‘낙하산’이란 평가가 나왔다. 통상 보험연수원장은 금융감독원 임원 출신이 맡아 왔다. 금융이나 보험전문가도 아닌 3선 의원 출신이 연수원장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연수원장 자리에 앉히는 것은 대선 캠프에서 일한 데 대한 보은 성격 외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다년간의 경제ㆍ금융관련 의정 활동과 민간연구소, 대학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적임자”라고 반박했다.

앞서 보험연수원은 지난 3일 원장 취임식을 진행하려다 무기한 연기했다. 정 전 의원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등 취업제한 대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취업제한 기관으로 취업하려는 경우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승인을 거쳐야 한다. 2016년 5월까지 의원직을 지냈던 정 전 의원 역시 취업심사 대상자다. 보험연수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취업 제한기관에 해당하지만 그간 국회의원 출신이 원장을 역임한 전례가 없어 관계자들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연수원은 이날 취업 승인에 따라 13일쯤 원장 취임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차기 이사장 후보를 물색 중인 화재보험 협회 역시 인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민간 보험사 임원을 지낸 3명의 후보자가 면접을 봤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협회는 다음달 4일까지 재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73년 설립된 화재보험협회는 2009년 이후 민간 보험사 출신 인사가 이사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민간 출신 후보자를 모두 탈락시키면서 “정치권 출신 내정자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보험연구원(4월), 여신금융협회(6월), 보험개발원(11월) 등 금융 협회와 유관기관장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며 정치인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전문성 없는 정치권 낙하산은 ‘관피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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