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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청구” 입사만큼 험난한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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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 청구” 입사만큼 험난한 퇴사

입력
2018.12.11 04:40
수정
2018.12.11 10:5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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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보 기간ㆍ인수인계 운운하며 으름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에 위치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이윤석(36ㆍ가명)씨는 최근 전 직장으로부터 ‘손해배상 내용증명’ 우편을 받았다. 이씨는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올해 5월에 사직서를 냈더니, 회사에서 8월까지는 다녀달라 해 그러기로 했다”면서 “그러다 8월이 되자 대표가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면서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채로 회사를 그만뒀고, 사측에서는 이를 ‘무단 퇴사’라면서 출근하지 않은 기간 동안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이씨는 “해고도 아니고 스스로 회사를 관두고 싶어 관두는 것인데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가슴 속에 사표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면 입사 못지 않게 험난한 ‘퇴사 절차’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상 사업주는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사전에 근로기간을 정해둔 계약이 없다면 근로자들은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고, 업무를 인수인계 할 의무도 없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에서는 퇴사 통보 기간이나 인수인계 기간을 운운하면서 퇴사를 늦추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가 있다. 민법 상 근로자의 사직이 회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의 한 대형 영화관에서도 퇴사한 직원들에게 영업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취소하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동종업계 이직을 막겠다는 협박도 비일비재하게 이뤄진다. 원장의 소(小)왕국처럼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나 병원 등 소규모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간호사 민현주(30)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 퇴사 의사를 밝혔다가 ‘그 곳 병원장과 아는 사이니 합격을 취소시키겠다’ ‘이 지역 병원에 다신 발 못 붙일 줄 알아라’는 협박에 시달렸다. 민씨는 “현재 다니는 병원의 원장이 지역 유지나 다름없는 인사라 실제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취업방해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는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실제 취업방해 여부를 입증하기가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일손 부족으로 구인난이 심각한 일본에서는 이 같은 회사의 ‘퇴사거부’ 문제가 심각해지자 근로자들의 의뢰를 받고 퇴직 절차를 대신 밟아주는 업체가 등장했을 정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청에 들어온 퇴사거부 상담 건수는 3만985건으로 해고상담보다 17%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의무는 아니더라도 최소 한 달의 여유를 두고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조언한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는 퇴사 절차와 관한 별도의 조항이 없지만, 민법 660조에서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때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 통고를 할 수 있고, 계약해지 효력은 그로부터 한 달이 경과하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사표 수리를 차일피일 미루더라도 한 달이 지나면 법적으로 퇴사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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