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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4배 출산율에도 한숨짓는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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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4배 출산율에도 한숨짓는 그리스

입력
2018.12.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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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연간 출생자 수 그래프. WP
그리스 연간 출생자 수 그래프. WP

“지금으로서는 아이를 생각할 수 없어요”

일 년에 1만8,000달러, 한 달로 치면 1,500달러(약 168만원)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리스 여성 마리아 베르소(33)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0년 재정위기 이후 8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하게 된 그리스이지만, 장기 불황은 청년층이 아이 낳을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 했다. 경기침체라는 고비를 넘자, 합계출산율 1.35명이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1명이 무너진 한국에게 1.35명은 목표에 가깝다. 하지만 평균 1.6명에 달하는 유럽 기준으로는 최저치다. 2010년 이후 10만명을 웃돌던 그리스의 연간 출생자 수가 지난해 8만 8,553명으로 역대 가장 낮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WP는 “청년실업률이 60%까지 치솟는 동안 50만명이 넘는 인력이 해외로 유출됐고, 남아 있는 청년들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이민자들이 넘어오기도 했지만, 그들마저 경제 사정이 더 나은 유럽 다른 나라로 떠나면서 출산율 하락을 막지는 못 했다. 이로 인해 최근 그리스 칼파키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6곳이 줄줄이 폐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운영중인 칼파키 초등학교의 경우도 올해 1학년은 단 13명에 불과했다. 유럽 통계청은 “향후 60년 동안 그리스 인구가 약 3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1980년과 2017년의 그리스 출산 연령 그래프. WP
1980년과 2017년의 그리스 출산 연령 그래프. WP

실제로 그리스 여성들의 출산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980년대에는 20~24세가 출산 연령의 대다수였지만, 지난해에는 30~34세 여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그리스 인구통계학자 바이런 코트자마니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출산 시기를 놓쳤다”며 “세대교체가 이뤄지더라도 인구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저출산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출산율이 계속해서 줄어드는데도 긴축 중인 그리스 정부는 출산 장려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테네에서는 아직 아이가 없는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부족한 돌봄 시설과 가족지원프로그램 등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테네는 사정이 좀 낫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출산할 때 의사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여성들이 출산을 미룰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토로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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