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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인권선언 70년… ‘차별금지법’은 10년 넘게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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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인권선언 70년… ‘차별금지법’은 10년 넘게 공전

입력
2018.12.1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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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을 제외한 유엔 50개 회원국이 총회 결의로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한 것이 1948년 12월 10일이다. 유엔 결의문 가운데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이 선언은 70년 동안 각국 헌법 등에 다양한 형태로 반영된 국제인권장전이다. 인권선언은 유엔헌장 전문 내용대로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기본적 인권, 인간 존엄 및 가치, 남녀 및 대소 각국의 평등권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우리 헌법도 이 정신을 반영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 때문에 차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국내 인권 현실은 세계인권선언은 물론 헌법 정신과도 동떨어져 있다. 최근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10여년 동안 수천 명을 납치ㆍ감금ㆍ폭행해 밝혀진 것만 551명이 숨진 이 무지막지한 인권 유린은 개인의 범법행위일 뿐 아니라 내무부 훈령이 근거를 제공하고 부산시 등이 협력한 공적 폭력이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전쟁과 기아의 공포에서 탈출한 난민들은 배척당하고 있으며, 여성은 물리적 폭력을 넘어 디지털 성범죄의 위협에 노출되고, 노인과 아동에 대한 혐오도 일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과거와 형태나 강도는 달라도 타인의 인권을 짓밟는 발언과 행위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만연하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의 차별금지 정신을 저버리는 일부 반인권적 여론과 이런 행태를 방기하는 정부의 무책임도 개탄스럽다.

시민사회단체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한지 10년이 넘었다. 국회에서 몇 차례 발의된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등 19개 차별 사유를 이유로 특정인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누구나 차별 받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인권존중 사회가 실현될 리 없다. 차별의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 이를 금지하는 기본법 제정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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