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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고원 “북한에 없다” 돌베개 “돌배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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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고원 “북한에 없다” 돌베개 “돌배게 아니다”

입력
2018.12.11 04:40
수정
2018.12.11 16:2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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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회의 20주년史 책자서 재치있는 자기홍보

10일 서울 신촌 연세대동문회관에서 열린 한국출판인회의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대독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10일 서울 신촌 연세대동문회관에서 열린 한국출판인회의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대독하고 있다. 문체부 제공

개마고원은 “북한에 없다.” 돌베개는 힘주어 강조한다. “우린 돌‘배게’가 아니다.” 글항아리가 자주 듣는 소리는 “또 냈니?”다. 비슷한 걸로는 뿌리와이파리의 “그럼 가지는?”이 있다.

10일 국내 대표 단행본 출판사들이 모인 한국출판인회의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동문회관에서 출범 2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에 맞춰 ‘우리 모두는 한 권의 책이다’라는 20주년사 책을 냈다. 여기 실린 회원사들의 자기 홍보가 배꼽 잡게 한다. 자기 홍보는 편집진이 “우리 회사는 ○○○이다”라 물었을 때 출판사들이 답변한 내용이다. 출판사를 각인시킬 수 있는 이름, 그리고 출판계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오롯하다.

개마고원의 자기 소개는 “북한에 없다”다. 1989년 출판사를 차린 장의덕 대표는 실향민 집안이다. 출판 일을 할 때 이왕이면 통일에 기여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 한반도의 지붕이라는 개마고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금도 북녘 개마고원 기슭에서 통일 관련 책들 전시회를 여는 게 꿈”이라는 장 대표는 요즘 남북 화해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다.

다양한 출판사들의 이름. 마음산책 제공
다양한 출판사들의 이름. 마음산책 제공

1,000쪽 안팎 ‘벽돌책’을 쏟아내는 출판사 글항아리는 “또 냈니?”였다. 6명의 직원으로 올해 60종을 냈다. 벽돌책 전문답게 곧 내놓을 책도 ‘삼국지(전 6권)’ ‘중국정치사상사(전 3권)’ 같은 대작이다. 강성민 대표는 “좋은 인문서를 욕심내다 보니 아직도 300종 계약이 밀려 있다”면서도 “앞으론 ‘이런 것도 냈니?’란 얘길 듣고 싶다”고 말했다. 욕심은 현재진행형이다.

돌베개는 1971년 출간된 장준하(1918~1975)의 책 제목에서 땄다. 광복군 출신 장준하는 이 책을 내면서 “광복된 조국에 적반하장의 세월이 왔다”고 일갈했다. 유신을 앞둔 박정희 정권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 결기를 새기겠다는 의지이지만 현실은 곳곳에서 발견되는 ‘돌배게’다. 이경아 팀장은 “전화로 얘기할 때 꼭 ‘어이의 베, 아이의 개’라고 설명한다”며 웃었다.

사월의책은 위험한 답을 내놨다. 안희곤 대표는 “4월 한 달만 책 내고 나머지는 논다”는 뜻으로 지었다지만, 실은 4월에 만났던 옛 여인을 추억하는 이름이라 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에이프릴 컴 쉬 윌(April come she will)’에서 따왔다. 첫 사랑이냔 질문에 “워낙 많아 첫사랑인지 가물가물하다”고까지 했다. 안 대표는 “원 뜻과 달리 1년에 한 달 정도 먹고 살만하지만, 잘 운영해서 박동수 편집장에게 꼭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 20년사 '우리 모두는 한 권의 책이다'. 출판인회의 제공
한국출판인회의 20년사 '우리 모두는 한 권의 책이다'. 출판인회의 제공

뿌리와이파리는 “사장 머리만 허연 파뿌리”라고 설명했다. 뿌리와이파리란 이름은 고도성장한 한국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단 의미로 지었다. ‘그러면 가지는 어디에?’ 혹은 ‘자회사는 검은 머리 파뿌리냐’는 반격에 시달렸다. 요즘은 아예 ‘뿌리 와이파이’라 부르는 이들도 생겼다. ‘사장 머리만 파뿌리’란 답은, 각종 뿌리 이름을 선점하기도 전에 와이파이에 침식당했다는 자조인 셈이다. 정종주 대표는 “점쟁이가 내년엔 가지가 뻗어 사과도 홍시도 열린다고 하니 다른 뿌리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지적 느낌이 강한 문학과지성사는 “지나치게 문지스럽다”, 두꺼운 학술서를 내는 소명출판은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 역사물을 내는 주류성출판사는 “백제 만세!”(백제 부흥운동의 근거지가 주류성이기에) 등의 답을 내놨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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